'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0년 개정 이후 28년 만이다.
개정안은 도금 등 유해ㆍ위험한 작업의 사내 도급이나 하도급을 원천 금지하고, 산업재해에 따른 근로자 사망 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다만 기존 정부안보다 위반 시 처벌 수위 등을 줄여 일부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 산안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 위험 작업은 사내 도급 자체를 금지했다. 직업병 발생 위험이 큰 도금과 수은·납·카드뮴을 사용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법 개정으로도 김용균 씨가 사고 당시 수행했던 작업은 도급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2006년 구의역 사고 당시 사망 노동자 김군이 했던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개정 산안법의 도급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은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수위를 높였다. 당초 정부안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서는 후퇴했다.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하게 한 자에 대해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유지했다. 다만, 사고 재발을 막는 차원에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같은 죄를 범하면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해 산재 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했다. 정부안에는 '징역형을 최대 10년으로 상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현행법대로 최대 상한을 7년으로 하되 가중처벌을 신설하는 선에서 여야가 의견을 절충한 것이다.
또 근로자 사망 사고 발생과 관련해 법인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현실화하는 측면에서 법인의 벌금형을 최고 10억 원으로 올리도록 양벌규정(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 처벌 외에 그 업무 주체인 법인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을 개정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도 강화했다.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소에 대해 원청 사업주가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다. 화재·폭발·추락·질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위험 장소로,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가능한 곳도 책임 범위에 들어간다.
개정 산안법은 법의 보호 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해 특수형태고용근로자와 택배 등 배달 종사자들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사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화학물질 명칭과 함유량 등을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용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