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은 31일 이정인 대표집행임원 체제에서 이광범 대표집행임원 임시 체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광범 상무는 남양유업 영업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같은 변경은 이정인(사진) 남양유업 대표의 돌연한 사임 때문이다. 이정인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퇴임식을 갖고 취임 1년만에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17년 1월 남양유업이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회계사 출신의 기업경영 컨설팅과 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만큼 분위기를 반전시킬 적임자로 홍원식 회장에 낙점됐다. 그는 1987년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감사본부 파트너, 기업 리스크 자문 본부장, 위험관리 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까지 딜로이트컨설팅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대표로 일했다.
남양유업은 최근 5년간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의 원인을 거슬러올라가자면 2013년 대리점에 물량을 떠넘기는 ‘밀어내기’ 영업에 따른 이른바 ‘갑질논란’으로 소비자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서부터다. 갑질 사건 이전인 2012년 1조3650억 원을 기록하던 매출은 지난해 1조1669억 원으로 2000억 원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37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고꾸라졌다.
홍 회장의 이 전 대표 카드는 통했다. 쇠락의 길을 걷던 남양유업은 이 전 대표의 취임과 함께 수익성이 다소 개선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3분기까지 매출은 8049억원으로 전년 대비 8%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9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50% 늘었다.
하지만 부임 직후 벌여온 고강도 구조조정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취임 후 조직 쇄신을 추진하고,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수를 줄이고 판관비를 크게 낮추면서 기존 임원들의 반발을 사 갈등이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아직 후임 대표를 정하지 못했으며 당분간 이 상무 임시 대표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임 대표 선정은 아직 미정”이라면서 “내부적으로도 정해진 바 없어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