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개설 2주 만에 유튜브 구독자 17만 명. 배우 신세경의 기록이다. 동시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이야기다. 3일 기준 홍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 구독자 수는 18만1938명, 누적 조회 수는 360만에 이른다. 영상을 게재한 지 4주 만에 만들어 낸 수치다.
기성 정치인들이 유튜브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주 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개수작(개념수호작전)'을 운영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팟캐스트 겸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의 4일 첫 방송을 예고하면서 화제가 됐다. 예고 영상만으로 구독자 수가 4만 명에 육박한다.
정치인은 물론 정당 자체 내에서도 유튜브 활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와 '씀'의 개별 동영상 평균 조회 수는 2000건에 달한다. 최신 이슈나 갑론을박이 거센 콘텐츠를 다루는 동영상 조회 수는 1만을 훌쩍 넘긴다.
정치권이 이렇게 '갓튜브'에 매달리는 이유는 화제성과 효율성 때문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발언이 유튜브라는 통로를 통하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빠르게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한다. 동시에 언론사들의 게이트키핑을 거치지 않은 발언은 날것 그대로 지지자들에게 전달된다.
이런 정치인들의 '유튜브' 선호 현상의 명과 암에 대해 본지 정치부 데스크와 뉴스랩부 막내기자가 각자 자신의 의견을 나눴다.
◇유튜브 채널의 가짜뉴스, 정말 문제일까?
나경연 기자(이하 나): 최근 아프리카TV BJ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강은비도 유튜브 구독자 수가 6만 명이에요. 홍카콜라 구독자가 18만 명에 육박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현상인 것 같아요.
이재창 부장(이하 이): 정치인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법이야. 말을 좋아하는 정치인이 자신의 의견을 어떠한 제약 없이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나: 그런데 정치인들의 유튜버로의 행보가 마냥 좋아 보이진 않아요. 그들의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보면, 가짜뉴스가 넘쳐나거든요. 가짜뉴스의 근원지에요. 홍준표는 'TV홍카콜라'에서 북한에 보낸 귤 상자에 수천억 달러가 들어있을 것이란 추측을 거의 기정사실처럼 전달해요. 문제 아닌가요?
이: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시민들은 그런 극단적인 추측이 사실이나 뉴스가 아닌 검증이 필요한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특히, 민주주의 사회 시민들은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나: 음, 태극기 부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들은 홍준표의 가짜뉴스에 더 열광하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문재인을 비판하는 모든 발언에 지지를 보내잖아요.
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태극기 부대는 홍준표의 발언이 아니어도, 문재인 정부에 무조건적인 비판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 그들은 가짜뉴스나 SNS에 떠도는 헛소문이 아니어도 원래 문재인 정부가 북에 퍼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꼭 홍준표의 발언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없어.
나: 그렇긴 하겠네요. 어차피 극적인 정치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뉴스의 진위에 대한 판단이 불필요할 테니까요.
이: 덧붙여 말하자면, 정치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짜뉴스 혹은 특정 지지자에 대한 부정적 뉴스를 퍼뜨리면 역풍을 맞게 될 거야. 국민은 가짜뉴스에 대한 자정 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주지 않을 확률이 높지.
◇정치인들의 '갓튜브' 사랑, 대체 무슨 매력?
나: 홍준표에 이어서 유시민도 유튜브 채널에 출사표를 던졌어요. 4일부터 팟캐스트와 유튜브 방송인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 시작을 예고했어요.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모두 유튜브에 매달리는 이유 대체 뭘까요?
이: 지지자들과의 소통.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없겠지. 정치인들은 표를 얻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 하고. 또, 소통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호감을 사야 하고. 이런 것들이 유튜브를 선택하는 종합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어.
나: 저는 거기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오로지 지지자들만을 위한 방송을 하잖아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끌어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어쩔 수 없어. 대중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자신에게 열광하는 소수 열성 팬만 확보하면 되거든. 정치인들은 10명 중 2명의 열렬한 지지만 받아도 선거에서 승리하고, 스타 정치인이 될 수 있어. 오늘 아침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이낙연은 13.8%, 황교안은 13.4%밖에 되지 않아. 열광적인 소수의 지지가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지.
나: 전략적으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우선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은 알겠어요.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통로가 유튜브인 것도요. 그렇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요?
이: 부작용이 있지. 열광적인 팬덤을 가진 사람일수록 대중의 반감도 높기 마련이야.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힘들고, 열렬한 지지파와 극심한 반대파를 동시에 얻게 되지.
◇유튜브 수익, 혼자 갖지 말고 나눠!
나: 정치인들이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논란이 되는 지점이 바로 수익이에요. 유튜브 인기가 많아지면 영상 앞뒤로 광고가 붙게 되거든요. 이들이 유튜브 영상으로 광고 수익을 가져가는 게 맞는 걸까요?
이: 안 될 이유는 없지. 어떻게 보면 인기가 많아서 얻게 되는 광고 수익은 그들 지지자가 주는 후원금 같은 개념이니까. 그들은 그 수익을 선거 비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
나: 그래도 정치인들은 일반 유튜버들과 달리 공인이라는 성격이 강한데,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아요.
이: 지지자들은 자신이 구독하고 있는 정치인의 유튜브 채널이 광고로 돈을 벌든, 후원으로 돈을 모으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 다만, 나처럼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런 수익은 대중에게 받은 돈이므로 대중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는다고 봐.
나: 대중에게 환원하는 것이라면 기부 같은 것이겠죠? 사회적 약자에게 돌려주는 방향도 바람직한 것 같아요.
이: 그렇게 된다면 차기 선거에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
나: 좋은데요? 제가 직접 홍준표와 유시민 채널을 구독해 건의할게요. 이것도 하나의 순기능적인 정치 참여 방법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