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제는 블랙박스…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 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정부의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애플이 이른바 ‘차이나 쇼크’로 실적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서 어렴풋했던 중국발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거세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중국 인민대학의 정부 산하 비밀 연구그룹이 중국의 2018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67%로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9월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전년 대비 6.7%의 증가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폭로를 한 인물은 샹송즈오 인민대 교수로 비교적 유명세가 없는 경제학자다. 그의 발언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1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1.67%라는 수치가 신빙성이 없다며 논평을 거절했다.
그러나 중국이 GDP 수치를 부풀린다는 의혹이 계속됐음에도 이 정도로 낮은 추정치가 등장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술렁이고 있다. 샹 교수 주장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에서 빠르게 삭제되고 있지만, 중국이 이미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수치는 지난 2일 애플이 ‘차이나 쇼크’로 4분기 매출이 10%나 급감했다고 실토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플은 2019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매출이 840억 달러(약 94조7100억 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전망치 890억~930억 달러에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애플이 실적 전망을 낮춘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아이폰, 맥, 아이패드 전반에 걸쳐 매출이 하락했다”며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 조짐이 비단 중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세계 경기 불안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독일과 일본 등 선진 5개국은 지난해 3분기에 이미 경기 침체기에 돌입했다. 미국 듀크대가 미국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올해 말부터 경기 후퇴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82%가 2020년에야 이러한 침체기가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도 전·현직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경제 석학들이 미국 경기 둔화보다는 ‘차이나 리스크’가 올해 ‘위험의 트리거(방아쇠)’라고 입을 모았다. 총 500개 안팎의 세션 가운데 중국 관련 보고서만 110건에 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했던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문제는 ‘블랙박스’처럼 앞으로 어떻게 커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라며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연계된 국가들에게도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