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출간…필명은 '영'
4선 의원 출신의 정치인 신기남(67)이 돌아왔다. 자신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아닌 '소설가 신영'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손에는 푸른 바다 표지의 생애 첫 장편 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이 들려 있었고, 표정은 들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40년 만에 꿈을 이룬 것에 대한 뿌듯함, 수줍음 등이 담겨 있었다.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 작가는 지난 2년간 두 편의 장편 소설을 썼다고 했다. 해군 장교로 근무했던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뒀던 소설이 1편이지만, 2편으로 여겼던 '두브로니크…'를 먼저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국문과에 가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법대 가라'고 하셔서 할 수 없이 법대에 갔어요. 그 이후로 글을 쓰지 않다가 정치를 그만둔 2년여간 글을 쓰며 행복하게 지냈죠. 누가 출판해주나 싶어 막막하던 참에 임우기 솔출판사 대표가 한번 가져와 보라고 하더라고요.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갖다 바쳤어요. 이 분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거든요. 첫 번째 소설은 연애 소설 색채가 강하다며, 역사와 지리, 철학을 담고 있는 두 번째를 내자고 하더라고요. 데뷔작이 된 거죠."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만난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재판관인 남자 주인공과 무대미술가인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안의 풍광을 담아내는 동시에 발칸반도의 잔혹한 현대사를 녹여냈다. 국회의원 시절 한국-세르비아 의원 친선협의회 회장으로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와 몬테네그로를 여행하고 유고 내전 전범 재판 과정을 연구했던 이력이 도움됐다.
자리에 참석한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대개 '나 소설 써야지' 하고 시작하면 소설적 문체가 아니거나 리듬을 타고 흘러가는 부분에서 아마추어티가 나기 쉬운데, (신 작가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문체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 권 안에서 조화로운 문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 작가가) 작가로서 아주 성공적으로 자기 작품세계를 일궈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필명 '신영'에는 신선하고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Young')을 담았다. 신 작가는 "신기남의 경력이나 이력을 일체 안 쓰고 작품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임 대표가 예의가 아니라며 만류했다"며 "오랜 고민 끝에 정했다. 이름이 영어니 소설이 외국으로도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학적 본보기는 6년 전 작고한 최인호 작가다. 그는 "(최 작가는) 최초로 소설을 써서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산 분"이라며 "(그분처럼) 깊은 감동을 주면서 동시에 재미도 있는, 동시에 영화화도 되는 등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정계 복귀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고 대학 때까지도 문학 활동을 했습니다. 법대에 가면서 그 길을 돌아왔고, 40년 만에 여기까지 왔네요. 항상 문학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정치를 그만둘 기회가 생겼고, 다부지게 결심했습니다. 10년 전에 정치를 그만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정동영, 천정배 전화와도 안 받았습니다. 이렇게 출판이라는 천행을 얻었는데, 포기할 수 없죠. 지금은 세 번째 작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