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경제, 정치와 사회 등 각 분야의 현안과 과제에 대한 질의에도 비교적 소상히 답변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경제 문제를 먼저 언급하고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엄중한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용지표가 양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어렵고,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으며, 분배 개선이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의 비전도 제시했다. 데이터·인공지능·수소경제 등 3대 기반경제와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 혁신, 이를 위한 규제 개혁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혁신성장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그러나 성장의 혜택이 소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다며 경제불평등 해소를 위한 포용적 성장도 함께 역설했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도 했다. 끝없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기조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허하고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 집권 3년차다. 취임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그동안 수십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고용 동향에서 작년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9만7000명에 그쳐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래 최악이었다.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대인 107만3000명,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인 3.8%로 치솟았다. 지난해 경제 여건이 급격히 나빠진 것도 아니고, 금융위기 같은 대형 충격도 없었는데 1년 사이 취업자 증가폭이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정책 실패 말고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고용참사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은 사실상 외면하고, 제조업과 관련 서비스업 쇠퇴에 따른 일자리 감소 탓을 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소득과 상용근로자 증가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경제 운용 계획의 초점을 맞춘 혁신성장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노동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마음대로 기업할 자유만 높이면 새로운 산업 개척, 기존 산업 혁신을 위한 투자가 절로 일어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소득이 증가한다. ‘함께 잘사는 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길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규제 혁파 등 기업 정책에 두고 그것부터 바꾸는 데 집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