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⑧] 이태희 벅시 대표 “택시 규제 풀어 카풀 플랫폼과 함께 혁신해야”

입력 2019-01-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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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모빌리티 산업, 정부 규제에 뒤처져… 택시업계도 카풀과 경쟁해야

▲이태희 벅시 대표가 서울 강남구 벅시 사무실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story@

벅시는 뜨거운 ‘카풀 갈등’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기업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업계과 부딪히고, 풀러스, 차차 등 차량공유업체가 규제와 고군분투하는 동안 벅시는 조용히 이용자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공항 전용 차량 공유 서비스인 벅시는 기사가 포함된 11~15인승 승합차 렌터카로 숙소와 공항을 연결한다. 2017년 10월 국토교통부(국토부)로부터 합법 판정을 받았다. 그해 서울시 우수관광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작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만든 공식 교통 안내 애플리케이션(앱) ‘고 평창(Go Pyeongchang)’에 주문형 교통서비스 사업자로 참여했다.

벅시는 순항하고 있지만, 이태희(49) 벅시 대표의 고민은 깊다. 한국의 모빌리티 산업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돌아오지 못하는 수준으로 뒤처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택시 업계를 향한 일침을 서슴지 않았다. 그 일침은 택시 업계, 나아가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향한 우려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대표는 “택시 업계는 혁신할 시간을 먼저 달라고 한다”며 “하지만 반대로 카풀과 함께 경쟁을 먼저 해야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택시 업계는 ‘카풀 금지’만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제안하는 토론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를 할 기회를 택시 업계가 일관되게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택시 시장 규모는 8조6000억 원에서 2015년 8조 원으로 줄었다. 우버, 카카오모빌리티가 등장하기 전이었는데도 택시를 타는 사람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상황이 이런데 카풀 반대만 한다고 사람들이 택시를 탈까”라고 반문하며 “택시 업계가 혁신하지 않으면 영원히 8조 원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택시 업계에 불어닥친 더 큰 위협은 자율주행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2일 신년사에서 2021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자율주행까지 본격화하면 택시 업계는 더 힘들어진다”고 전망했다.

택시 업계에 혁신만큼 중요한 것은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이 씨는 설명했다.

그는 “택시는 요금, 운행시간, 차종 등 모든 부분에서 규제를 받아왔다”며 “이번 기회에 규제를 풀고 카풀 플랫폼과 함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와의 상생에 벅시도 동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한국은 선진국이었지만, 전 세계 모빌리티 혁명에서는 한국은 뒤처졌다. 그는 “결국 20년 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것이고, 그 책임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우버가 세계를 휩쓸 때 일본과 한국만 제외됐고, 그 결과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산업이 5~7년가량 늦어졌다”며 “늦게 시작한 나라는 퀀텀 점프(단기에 이루는 비약적 발전)를 해도 모자라는데 지금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라고 분석했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들어왔지만 여객운수사업법에 막혀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대표는 우버가 한국에서 실패한 원인을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벅시는 규제의 벽을 피해간 서비스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렌터카로 기사 알선을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벅시는 이를 이용해 2016년 4월부터 인천·김포공항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김해, 청주 공항을 포함해 네 개 공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도 벅시 모델을 벤치마킹해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모델로 규제를 피해 갔다.

이 씨는 “한국에서 허용된 것들이 무엇인지 철저히 조사했다”며 “서울시와 국토부를 상대로 오랜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관계자가 여러 차례 회사를 방문해 이야기했고, 그 결과 관과 업체가 같이 노력해 성공적으로 규제를 푼 대표 사례가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15년까지 20년간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제부, 산업부, 정치부 등을 두루 거쳤다. 2010년 미국 조지아공대 연수에서 연수할 때 공유경제를 경험하며 창업에 눈을 떴다. 한국에 돌아온 뒤 집요한 준비 끝에 2015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벅시의 이용자는 50만 명을 넘겼다. 이 대표가 제시한 올해 이용자 수 목표는 210만 명이다.

그는 “국내 5대 공항을 기준으로 연간 이용자가 1억2000만 명이고, 인천공항만 7000만 명”이라며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3%가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상반기 중으로 해외 공항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외 현지업체와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1분기에는 제주공항 서비스도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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