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사가 잘되냐고!"
잘된다. 잘돼도 너무 잘된다. 잠복 수사를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 장사가 대박이 나고, 수사는 뒷전이 됐다. 마약반 팀원들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손님 때문에 치킨만 튀기다 하루를 마감한다. 그 비법은 마 형사(진선규 분)의 특급 양념. 절대미각 마 형사의 수원 왕갈비 양념은 파리만 날리던 치킨집을 전국 맛집으로 탄생시킨다.
이런 기적은 자영업자에게 '꿈' 같은 소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자영업자 폐업 건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어섰다. 전년도 90만8000건보다 10% 상승한 수치다. 개업 대비 폐업 수를 나타내는 자영업 폐업률은 87.9%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 자영업자는 자신의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서울 시내에서 숙박·음식업을 하는 소상공인 68%가 근로자 평균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해 발표했다. "자영업자 다 죽는다"는 소리가 괜한 푸념이 아니다.
"치킨은 서민이거늘."
고 반장(류승룡 분)은 치킨이 서민의 음식임을 강조한다. 치킨이 3만 원을 넘어가면 자연스레 손님이 끊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만6000원짜리 가격표를 단 수원 왕갈비 치킨은 오히려 '럭셔리 치킨', '우아한 치킨' 등의 수식어를 달면서 SNS 필수 인증템으로 자리 잡는다.
현실은 정반대다. 동네 치킨집 사장은 1000원 인상에도 구매 고객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한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인건비를 줄인다. 배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카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현금 구매 고객에게 콜라·치킨 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서울시가 내놓은 것이 '제로페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로, QR코드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한다. 소비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식당 QR코드를 인식한 뒤 금액을 입력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가 매출액의 최대 2.3%를 카드 수수료로 부담해야 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광고했지만, 시민들과 자영업자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 현금이 있어야만 이체할 수 있다는 점, 가게 주인이 일일이 모바일뱅크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입금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 등이 불편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기간이 끝난 뒤 올 3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지다. 하지만, 현재 제로페이 사용 가능한 곳이 서울시 전체 업체 중 5%에 불과하다는 점은 제로페이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자영업자 살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자영업자 연체 채무를 탕감해주고, 지역 상품권·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18조 원으로 확대해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자영업 대책을 내놨다. 자영업과 소상공업을 살려 소득과 소비를 증가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일환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재정지원보다는 전체 경기 부양 로드맵이 담긴 거시적인 경제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프랜차이즈 상점끼리의 과당 경쟁 환경과 인구구조 변화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고 반장이 치킨집 손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자동으로 나오는 멘트다. 지금까지 이런 자영업자 수난시대는 없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속해서 하락하는 반면, 최저임금은 꾸준히 인상하면서 자영업자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전국 평균 21.2%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2%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민 10명 중 2명은 자영업자인 나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신년사인 "사람 중심 경제"가 자영업자의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