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재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오전 9시 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옛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에 대한 지위확인 소송 재판개입,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유출,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에 대해 캐물을 전망이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해 조사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8시께까지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개입, 사법부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의혹 등을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 법관이 한 일을 알지 못한다’ 등 대부분 혐의와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불이익에 대한 혐의도 ‘정당한 인사 권한 행사’라고 주장하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방어했다.
4시간가량 조서 열람을 하다 자정께 귀가한 양 전 대법원장은 12일 오후 다시 검찰로 나와 조서 열람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조사 속도를 고려해 양 전 대법원장의 추가 소환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첫 소환에서 이번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끝낸 만큼 이날 두 번째 조사를 끝으로 소환 조사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을 토대로 이르면 주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