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삶을 담은 ‘100세를 살다보니’라는 다큐 방송이 중년과 노년층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99세이던 지난 연말에 수영장에서 자유형과 배영을 번갈아 하며 레인을 왕복하는 노인의 의연한 자세와 튼실한 체력에 놀랐고, 새해를 맞아 100세가 된 나이에도 혼자 기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하여 강릉까지 가서 해변을 걷고 지인을 만난 후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건강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김형석 교수는 말했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운동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온 것이 건강의 비결인 것 같다고.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필자의 주변에 건강을 챙겨야겠다며 매일 열심히 등산을 하던 사람이 있었다. 밥만 먹으면 산에 가는 게 일이었다. 등산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그 건강한 몸을 활용하여 비록 작더라도 뭔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가치를 창조하겠다는 생각이 없이 그저 몸을 튼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그렇게 산을 오르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 막걸리 한잔하자고 해도 내일 산에 가려면 일찍 자야 한다면서 혼자 집으로 가던 사람이었다. 결국은 오래 살지 못하고 비슷한 연배의 친구들보다 훨씬 먼저 세상을 떠났다.
우주는 단 1초도 쉬지 않기 때문에 그처럼 영겁의 세월을 같은 모습으로 운행한다. 이에 대해 역경(易經)은 “천행건 군자이자강불식(天行健,君子以自强不息)” 즉 “우주의 운행이 그처럼 굳세고 튼튼하니 군자는 그런 우주의 정신으로 자신의 정신을 삼아 스스로 강해지기를 쉬지 않는다”고 풀어 설명하고 있다.
스스로 강하려면 지향하는 가치를 좇아 쉼 없는 연마를 해야 한다. 휴식도 중요하지만 휴식보다 더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게 단련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강하려고 쉬지 않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강(自强)이 곧 건강(健强)이고 건강(健康)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