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대기업·중견기업 및 지방상의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타운홀 미팅’ 형식의 간담회를 갖는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22개 대기업 총수와 중견그룹 대표 39명을 포함해 모두 130여 명이 참석한다. 청와대가 새해 초부터 적극 나서고 있는 친(親)기업 경제행보의 일환이다. 문 대통령은 2일 신년인사회에도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한 데 이어, 7일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들과 청와대 간담회를 열었다.
기업들에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주문하기 위한 회동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수많은 정책 수단을 집중했지만 고용 상황은 나빠지기만 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투자가 가라앉고, 그나마 괜찮았던 수출까지 꺾이면서 경기가 갈수록 뒷걸음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엄중한 한국 경제의 위기다. 청와대도 “경제 활력을 찾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업인들과 소통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제 활력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의 기를 북돋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핵심 요건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재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 고위층도 잇따라 재계와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려면 청와대·정부·여당 등 국정 주체들이 기업의 목소리와 애로를 충실히 듣고, 스스로 책임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자 환경의 획기적 개선이 담보되지 않으면 또다시 기업인들의 팔을 비틀어 투자를 압박하는 자리가 될 뿐이다. 이래서는 재계의 부담과 피로감만 키우고 성과도 얻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재계의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재계가 절박하게 요구해 온 현안은 규제철폐와 노동개혁,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 입법 등이다. 하지만 전향적인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반(反)시장적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의 정책 기조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만 집중됐다고 주장하는 등 대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소통을 말하지만 재계가 그 진정성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경제 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길은 멀지 않다. 정부가 규제를 없애 마음대로 기업할 자유를 주고, 고질적 노사대립 구도와 귀족노조의 기득권을 깨는 노동개혁이 뒷받침되면 투자는 절로 일어난다. 굳이 바쁜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러모아 대화를 나눌 것도 없다. 이런 걸림돌부터 제거하지 않고는 아무리 재계와의 소통과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강조해 봐야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