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가운데 최초로 LD 옵션 장착…험로 주행에서 값어치 톡톡
렉스턴 스포츠 칸이라는 차 이름은 은근 불편합니다. ‘렉스턴’이라는 차명 뒤에 개방형 적재함을 더한 ‘스포츠’, 여기에 늘어난 차 길이에 맞춰 ‘칸’이라는 서브네임이 추가되니 이름이 꽤 길어졌습니다. 늘어난 차 이름만큼 SUV 명가를 되찾겠다는 쌍용차의 욕심도 가득 담겼겠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밑그림이 된 렉스턴 스포츠보다 차 길이가 310mm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차 길이는 오롯이 적재함에 모아졌는데요. 차가 길어지면 자연스레 뒤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합니다. 이러면 주행안전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데 쌍용차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도 10cm 정도 늘렸습니다.
차가 이렇게 커졌으니 당연히 차 가격도 올랐습니다. 모델별로 2000만 원 중반에서 시작했던 이전과 달리 이제 2000만 원 후반부터 기본가격이 형성됐습니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 칸은 겉모습이 똑같아도 모델별로 서스펜션이 다릅니다. 한 마디로 같은 모양이어도 하체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주행감각도 각각 다른 특성을 지녔지요. 쌍용차는 이렇게 동일 차종에 2가지 서스펜션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과거 렉스턴2가 그랬고, 초기 G4 렉스턴도 그랬습니다.
이런 구성은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이른바 니치(Niche) 브랜드가 자주 씁니다. 적은 비용으로 차 특성을 나누고, 고급화 버전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에 영국 재규어가 그랬고, 요즘 마세라티도 이런 방식입니다. “잘한 일” 또는 “잘못한 일”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볼 수 없습니다. 그저 메이커의 특성으로 보시면 됩니다.
서스펜션은 5링크 방식을 쓴 ‘코일 스프링’과 판스프링으로 불리는 ‘리프 스프링’ 등 2가지입니다. 선택은 어렵지 않아요. 승차감을 원한다면 코일 스프링 버전을, 짐 실을 일이 많다면 리프 스프링을 고르면 됩니다. 참 쉽죠?
또 한 가지, 화물차에 주로 쓰이는 ‘리프 스프링’을 무조건 폄훼해서도 안 됩니다. 잘 달리는 쉐보레 스포츠카 콜벳도, 말랑말랑한 승차감이 일품인 볼보 SUV도 이런 리프 스프링 방식이니까요.
최근 강원도 춘천 소남이섬 인근에서 언론을 상대로한 시승행사가 열렸는데요. 가장 큰 감흥은 늘어난 적재함보다 놀랍게 변한 오프로드 성능이었습니다.
오프로드 체험 코스는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하늘만 바라보고 경사면을 올라갔다가, 땅으로 고꾸라질 듯 내려오는 코스도 있었습니다. 이때는 안전벨트에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오기 일쑤였지요. 코스가 험하다보니 오프로드 시승차 4대는 대부분이 이곳저곳 상처를 입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험한 오프로드에서 단연 돋보인 기술은 바로 자동제한장치 LD(Locking Differential)였습니다.
먼저 차동장치부터 살펴볼게요. 뒷바퀴굴림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굴림바퀴는 정상 주행 때 양쪽이 일정한 회전수로 돌아갑니다. 대신 주차장이나 좁은 길에서 U턴할 때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핸들(스티어링 휠이 정식 명칭입니다)을 최대한 왼쪽으로 돌린 상태에서 U턴해보면, 왼쪽(안쪽) 바퀴와 바깥쪽(오른쪽) 바퀴 사이에 회전수 차이가 생깁니다. 안쪽 바퀴가 8바퀴를 도는 사이, 바깥쪽 바퀴는 10바퀴를 돌아가는 셈이지요. 이 상태라면 차가 좌우로 휘청거릴 수 있습니다.
이를 막아주는 기술이 ‘디퍼렌셜(Differential) 기어’입니다. 대형 트럭을 뒤따라 가보면 차축 중앙에 커다랗고 동그란 기계덩어리가 달려있는 것을 보셨는지요? 이것이 좌우 바퀴의 회전수 차이를 상쇄해주는 디퍼렌셜 기어입니다.
문제는 온로드를 달릴 때 유리한 이 장치가 오프로드나 굴곡진 도로에서는 최대의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차 바퀴 하나가 공중에 떠서 헛돌기 시작하면, 반대편 바퀴는 바닥에 붙은 채 꼼짝도 안하는 것이지요. 좌우 회전차가 생겼으니 이를 상쇄하는 중입니다.
이를 막아줄 다양한 장비가 등장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LD(Locking Differential)입니다. 그동안 등장했던 LSD(Limited Slip Differential)나, 헛도는 바퀴에 능동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전자장비(TCS) 등이 존재했지만 그리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거든요.
시승행사 오프로드 코스에서 경험한 순정 LD는 정말 명물이었습니다. 한쪽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자마자 반대편으로 곧바로 구동력을 보내는 모습이 정말 믿음직했습니다.
“그래봐야 험로에 갈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오산입니다. 폐차할 때까지 LD의 효과를 딱 한 번이라도 경험하게 된다면 그 값어치는 충분하니까요. 우리는 충돌사고를 미리 계획하고 에어백을 장착하지 않습니다.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대비하는 것이지요. LD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늘어난 적재함도 그 가운데 하나지요. 그런데 진짜 매력은 쌍용차에서 최초로 마련한 LD였습니다. 옵션 가격은 30만 원. 차 값의 1% 수준입니다.
영상=카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