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조의 생각] 승차공유 갈등 뿌리는 불합리한 택시 규제

입력 2019-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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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교수

미국 뉴욕시 청사 앞에 4개의 관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택시 운전사들은 흰색 꽃을 한 송이씩 들고 와서 그 관 위에 놓고 청사 앞에 모여 외쳤다. “우버(Uber) 탐욕을 멈춰라!” “우리들을 노예로 만들지 마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수만 명의 택시 운전사들이 승차공유(카풀) 앱 서비스의 금지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두 명의 택시 운전사가 분신자살로 카풀앱의 파괴적 성격을 호소했다.

본래 기술혁신은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드는 경향을 갖고 있지만,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와 정부의 무책임한 수수방관이 운전사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카카오의 카풀앱 서비스는 택시 운전사들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해 주춤하고 있고, 지난해 카풀앱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의 제한 없이 카풀앱 서비스를 확대하려다가 실패했다. 택시 이용자들의 불만도 심각한 수준이다. 택시의 승차 거부나 불친절은 물론이고 출퇴근 또는 심야시간대에는 택시 잡기조차 너무나 힘들다. 카카오에 따르면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 동안 택시호출은 약 23만 건에 달한 반면, 당시 배차 가능한 택시는 약 2만6000대 수준이었다. 출퇴근 및 심야시간대의 택시 수요는 엄청나게 증가하지만 공급이 따르지 못하고 이용자들은 좌절한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압도적 다수의 응답자들이 카풀앱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카풀앱 서비스는 편리할 뿐만 아니라 그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카풀앱 서비스가 필요하고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카풀앱 서비스에 대해서 전자상거래처럼 자유롭게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택시사업처럼 엄격하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갈등과 오해가 있다. 미국의 아마존(Amazon)이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유통혁명을 일으킨 결과, 소매업 점포들은 물론 대형 백화점 시어스(Sears)도 망해서 사라지게 되었다. 기술혁신으로 기존의 업체가 도태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아마존을 새롭게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은 많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엄격한 진입 규제를 받던 택시 산업에, 별다른 규제 없이 인터넷 대기업이 자유롭게 영업용 카풀 운전사를 모집해 기존의 택시면허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아마존의 사례와 전혀 다른 것이다.

택시는 일반 공중 운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신원검증, 택시운전 자격, 영업용 책임보험, 택시부제, 요금, 면허대수 동결 등의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서울과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이 자살한 것은 최소한 택시와 카풀앱이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는 목숨 바친 절절한 호소인 것이다. 기존의 불합리한 택시 규제를 완화하고 카풀앱에 대해서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서 상호 공정하게 경쟁하고 승객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인 것이다.

카풀앱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이해관계의 다툼이 아니라, 불합리한 규제가 너무나 많아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기존의 택시 규제 가운데 가장 불합리한 것은 비현실적이고 경직된 택시요금 규제일 것이다. 특히 출퇴근 및 심야시간대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두세 배 요금 인상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요금 규제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엄청난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

카카오택시가 5000원의 추가 요금을 전제로 즉시배차 서비스를 제안했지만 좌절된 것은 현재의 불합리한 요금 규제가 초래한 희생양의 하나일 뿐이다. 카풀앱 운전사는 수만 명씩 자유롭게 모집할 수 있는데, 기존 택시면허 대수는 동결한 것도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규제다. 뉴욕시도 우버 운전사 총수를 규제하고 기존 면허권자에게 복수의 차량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가 계속되고 정부는 계속 무책임하게 수수방관하고 있는 사이에 우버와 같은 외국 차량공유 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더욱더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차량공유 업체에 대한 투자는 위축되는 반면에, 우리 기업들은 동남아 차량공유 업체 그랩(Grab)과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Didi Chuxing) 등 외국 기업의 기술에 투자하게 된다.

조만간 ‘운전사가 필요 없는 택시 운송 서비스’가 도입될 것이다. 새해에는 미국 GM과 구글 웨이모의 로봇택시가 시내 도로를 활주하고, 우버는 볼보와 손잡고 새로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카풀앱과 택시 사업자 그리고 이용자 모두 더 이상 기다릴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포용적 혁신성장’이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카풀앱 위기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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