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진원 '기술혁신형 창업지원' 논란…"정부 위탁 공공기관 '갑질 횡포'에 울화통"
“창업진흥원, 창조경제혁신센터 어디에도 제 말을 들어주는 곳이 없어요. 자기들만 아는 ‘가이드라인’ 제시하고, 수틀리면 무조건 반려시키는 '갑질 횡포'에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예요.”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 창업자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청년창업자 지원사업에 참가한 A사 김 모 대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 선정만 되면 재정 부담없이 청년 창업의 꿈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해당 사업은 전국 청년창업자 및 예비창업자를 위해 1500여 업체를 대상으로 10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한 업체당 적게는 2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창업진흥원을 비롯한 기술보증기금,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19개 관계부처 산하기관 등에서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께 창업진흥원이 주관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사업에 참여해 서류전형과 실기 면접까지 봐가며 공모에 참여했고, 가까스로 5000만원 정도의 자금지원을 따냈다.
하지만 김 대표의 기대는 자금 집행 개시와 함께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자금 집행은 사업을 운영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맡는데, 김 대표가 소속된 곳은 충북혁신센터였다. 김 대표가 자금 집행을 위해 충북센터에 문의해보니 인건비를 비롯한 시제품 제작비, 재료비, 마케팅비, 지급수수료, 기자재구입비, 사무실임차비, 활동비 등을 지급할 때 마다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여기까지는 김 대표도 일면 수긍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김 대표가 물품을 사고 기자재구입비를 청구하니 담당자가 알지도 못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자금지원을 불허한 것. 반려 이유를 들어보니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다는 답변뿐이었다. 울며겨자먹기로 해당 지침을 물어본 뒤 이를 지켜 제품 구입비를 타낸 김 대표는 이후 다른 사업비를 지원받기 위해 대금 청구서를 제출했다가 또 다시 반려 처분을 받았다. 그때 역시 담당자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서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충북센터에서만 13개 업체가 사업에 참여하는데, 자신 말고도 다수의 업체 대표가 같은 이유로 번번이 자금 지급에 퇴짜를 맞았고, 일부는 담당자를 찾아가 고성을 오가는 실랑이를 벌였다는 설명이다. 참다못한 김 대표와 일부 참여자들이 주관 기관인 창업진흥원에 문의해보니 자금 집행 등은 ‘운영기관’에 일임했다는 책임 떠넘기기식 답변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결국 김 대표는 창업 '조기졸업'을 할 수 있는 자금집행 75% 선을 넘지 못했고, 조기졸업을 하지 못하다보니 올해 새롭게 시작되는 다른 창업지원사업에 참여도 못하고 있는 신세가 됐다. 이미 정부기관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창업자는 중복으로 다른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서다.
김 대표는 “힘겨운 경쟁을 뚫고 정부사업에 선정되도 운영기관이 자신들만 아는 ‘가이드라인’ 운운하며 ‘갑질’을 하는 통에 ‘사업을 접을까’ 몇번이나 고민했다”며 “접고 싶어도 이미 투자한 돈이 아깝고, 사전에 참여업체에 제대로 된 가이드조차 일러주지 않는 운영기관과 이를 ‘나몰라라’ 하는 주관기관 행태에 울화가 치밀어 끝까지 싸우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운영기관인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미 업체에 구체적인 ‘자금지원 가이드라인’을 알려줬고, 이를 지키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만 자금지원 반려를 했다는 설명이다.
자금지원 75%를 해야만 가능한 ‘조기졸업’ 역시 가이드라인을 잘 지킨 업체 2곳은 접수를 마친 상태라고 했다. 김 대표와 정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자금지원 가이드라인’ 공개여부에 대해선 ‘대외비’라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충북센터 관계자는 “자금집행에 불만이 있는 일부 업체의 의혹제기”라며 “창업진흥원에서 내려온 기준에 맞춰 자금지원을 했을 뿐 해당 업체가 말하는 ‘갑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관기관인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운영기관인 충북센터 측이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업체 대표에 제시했는가와 과연 이 과정에서 ‘갑질’ 여부가 있었는지는 추후 전수조사를 해야할 사안”이라며 "자금지원에 대해 창업진흥원은 중계자 역할만 할 뿐 관련 권한은 해당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