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R&D 비용 증가 등 새 장애물 직면”
화웨이가 이달 초 데이터센터용 새 자체 설계 반도체를 공개했을 때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해외 공급업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부흥’을 일으킬만한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찬사했다.
그러나 화웨이의 새 반도체는 이전에 출시한 스마트폰용과 마찬가지로 오직 중국 내에서 사용하는 용도로만 설계된 것이며 대만에서 제조되는 반도체들과 기술적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고 FT는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전자 하드웨어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으며 현지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역량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세계 일류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냉정한 시각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 테크서치인터내셔널의 E. 잰 바더만 사장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가 삼성전자나 대만 TSMC와 자웅을 겨루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해 반도체 산업 발전이 오히려 정체됐으며 서구권 국가들이 중국의 인수·합병(M&A)에 경계심을 더욱 가지면서 인재와 기술 등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연구·개발(R&D) 비용이 급증하면서 세계 선두주자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는 지난주 R&D에 연매출의 8~9%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약 29억 달러(약 3조2800억 원)에 이른다. 반면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SMIC는 지난해 매출의 약 16%를 R&D에 투자했지만 금액상으로는 5억500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짐 폰타넬리 아레테리서치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매우 어렵다. 즉 지름길이 없다. 심지어 인텔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위한 출발점은 업계 최고의 엔지니어와 매우 풍부한 R&D 자금이다. TSMC는 둘 모두를 갖고 있으나 SMIC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빠른 기술발전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여전히 크게 뒤처진 상태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SMIC가 보유한 최첨단 반도체는 올해 양산을 위해 시험이 진행 중인 14나노미터 칩이다. 삼성은 이미 2014년에 이 단계에 도달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약점은 생산설비다. 최첨단 칩 생산에 들어가는 설비 공급업체 중 선두주자들은 모두 해외에 있다. 또 이들 설비업체는 이미 글로벌 최상위 반도체 업체들과 차세대 칩 생산을 위한 장비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과 TSMC, 인텔은 지난 2012년 7나노미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차세대 노광기(EUV) 개발을 위해 네덜란드 ASML 지분을 공동 인수했다.
베인&컴퍼니의 벨루 신하 파트너는 “중국이 최종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주자로 도약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는 단지 시간문제”라며 “그러나 우리는 1~2년 안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이 따라잡기까지 5~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랜디 에이브람스 애널리스트는 “최첨단 반도체가 필요한 중국 전자업체들은 여전히 해외 업체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화웨이가 글로벌 기업과 차별화를 원한다 해도 2021년에 그들은 여전히 TSMC나 삼성 반도체를 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