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은 최근 3주 동안 웹 사이트에서 7100만 건의 유해 정보를 삭제하고, 733개 웹 사이트와 9382개의 모바일 앱을 폐쇄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유해 정보를 확산시켰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 계정 11만 건을 폐쇄하기도 했다.
WSJ는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가 텐센트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당국은 대량의 유해 사이트와 콘텐츠를 삭제하면서 텐센트의 뉴스 앱 ‘톈톈 콰이바오’를 콕 집어 “저속하고 부정적인 정보를 확산시켜 인터넷 생태계에 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구체적 사례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톈톈 콰이바오는 작년에도 중국 당국의 규제로 일부 안드로이드 앱 장터에서 삭제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이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스토어 대신 여러 앱 장터를 통해 앱이 배포된다.
텐센트가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된 건 바로 위챗 때문이다. 위챗은 중국에서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인기 앱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소통 창구로 활용한다. 문제는 이것이 국가의 통신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공산당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IT 컨설턴트 매튜 브레넌은 “텐센트의 사업과 정부는 근본적으로 어긋나 있다”고 지적했다. 위챗은 문자 메시지 교환과 공과금 납부, 오락 콘텐츠 스트리밍 시청과 게임, 뉴스와 의견 공유 등에 사용되는데, 중국 당국은 위챗을 통해 가짜 뉴스와 반 정부적인 발언이 확산하고, 심지어 반 정부 활동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텐센트가 법률 상 뉴스피드 등의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거기에는 국가의 명예와 이익을 위협하거나 국가의 단결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당국은 텐센트가 이를 어겼다며 두 차례나 처벌했다.
규제 당국의 눈에 난 건 위챗 만이 아니다. 텐센트는 게임과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도 존재감이 크다. 2017년 텐센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에 대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폭력성과 중독성이 있다며 유해성을 지적하자 중국 당국은 곧바로 텐센트의 숨통을 조였다. 새로 개발한 게임의 영업 허가를 내주지 않아 9개월 넘게 표류하고 있고, 작년 말 게임 시장을 다시 개방하고 신규 게임 80종을 승인했으나 텐센트의 게임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국내 게임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모바일버전’, 와이디온라인의 ‘프리스톤테일M’ 등 국내 게임업체들이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진출을 계획했는데, 텐센트가 당국의 미움을 받으면서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넥슨 매각도 난항할 수 있다. 지난 19일 로이터통신은 텐센트가 넥슨에 인수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10조 원에 달하는 넥슨을 품을 여력이 있는 회사는 텐센트가 유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 ‘메이플 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서든 어택’ ‘마비노기’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온라인 게임에 대해 중국 당국이 유해성을 이유로 텐센트의 넥슨 인수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텐센트 마화텅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당국 비위 맞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산당원도 아니면서 연례 정치 회의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시간 제안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텐센트를 잘 아는 아레트 리서치의 리처드 크레이머 설립자는 “텐센트는 규제 당국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음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