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목적으로 주식을 1주 또는 그 이상 매입한 주주들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주식을 단 1주만 보유해도 주총장 입장은 물론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들은 3월로 예정돼 있는 주총 참석을 위한 주식 매입 기한인 지난해 12월 26일 이전에 미리 주식을 사뒀다. 주총 현장에선 분위기를 주도하며 경영진 교체 등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항공업계와 시민단체에 따르면 한진그룹 경영진 교체를 주장해 온 참여연대는 3월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장에 들어가기 위해 주식 2주를 매입했다.
참여연대 측은 “대한항공 주식 2주를 보유한 것은 주총장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지, 타 단체와 연대 의도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주총은 올해도 예년과 같이 3월 중순께 서울 공항동 본사 5층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발기인 모집에 나선 ‘한진그룹 적폐청산 범국민소액주주 운동본부 설립 추진위원회’는 한진칼 주총에서 ‘한진그룹의 경영진 교체화’를 의제화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10만 국민의 한진칼 주식 1인 1주 갖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쇄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 소액주주운동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생겼다면, 이번 운동의 경우 재벌 총수의 적폐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진칼 주총 역시 3월 중순께 서울 명동 본사 건물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역시 다가오는 대한항공, 한진칼 주총장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 주식을 4000주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에 한진칼, 한진 주식도 모두 보유 중이다.
다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경우 주식 매입을 하지 않았다. 또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주총 행사장 밖에서 의사 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주장하며 지난해 4월 출범한 ‘한진가(家) 퇴진 소액주주연대’는 사실상 활동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지분 확보를 위해 대한항공 주주명부 열람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지만, 주주들의 호응도가 낮아지면서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편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한진그룹 측에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독립적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적자 호텔 사업 정리 등을 공개 제안했다.
만약 다음 달 초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공식화하고 KCGI와 손잡을 경우 소액주주의 향배도 한진그룹 측과의 표 대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