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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종이라 똑같은 게 당연한 건데 신기해요. 정서를 담는 기계라 그런가?”
24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수현(송혜교 분)에게 자신이 선물해줬던 카메라와 똑같은 것을 선물 받은 진혁(박보검 분)의 대사다.
두 사람의 정서를 담은 것은 바로 ‘필름카메라’다. 일명 '박보검 카메라'로 불린 니콘의 카메라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필름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상품 문의가 쏟아졌다.
깨끗한 화질과 프로페셔널함이 풍기는 DSLR 카메라가 가득한 세상에 툭 떨어진 ‘감성’이다.
‘퀸’ 열풍을 몰고 왔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역시 이런 감성을 건들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25일 기준 989만 명이 관람해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음악 영화가 가진 모든 기록을 한 번에 갈아치운 것은 덤이다.
하지만, ‘퀸’에 열광한 관객들은 그런데 그 당시를 함께 했던 4050세대가 아니다. 그 시절의 ‘감성’을 오늘날의 정서로 즐긴 2030세대의 엄청난 호응이었다.
이처럼 복고를 새롭게 해석하고 즐기는 ‘뉴트로(New+Re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현상)’가 곳곳에 물들어 있는 곳이 바로 익선동. 요즘 뉴트로 인싸들의 행선지다.
원래 익선동은 오래된 한옥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얽혀 있는 ‘오래된 동네’ 이미지였다. 근처 탑골공원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계시고, 금은방 골목 곳곳에도 연령층이 높은 분들이 오가는 곳. 그런데 이런 익선동이 어린 학생부터 20대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핫플레이스’로 이미지를 확 바꾼 것이다.
익선동의 한옥마을이 인스타그램 포토스팟으로 알려지며 알려지게 된 ‘익선동 골목’. 이후 한옥에 들어선 카페와 퓨전 레스토랑, 맥주 가게들이 ‘뉴트로 인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익선동은 1900년대 개화기부터 1980년대 민주화 바람까지 모든 시대를 경험할 수 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옥마을’부터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들의 개화기 모던룩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경성의복’, ‘익선의상실’이 인기 있는 곳이다. 마치 쿠도 히나(김민정 분)가 운영했을 것만 같은 ‘동백양과점’과 ‘세느장’도 빠질 수 없다.
부모님, 삼촌 혹은 우리의 어릴 적. 이곳에 있는 모습을 들키면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날라 왔던 곳.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 오락실과 만화방도 익선동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내가 IT최강 한국의 프로게이머다” 익숙하지 않은 스틱과 버튼이지만, 그 시절 부모님을 이겨보겠다는 학생들의 열기가 연신 이어진다. 한편에서는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볼 수 있는 웹툰이 아닌 만화잡지가 가득하다. 비록 단색이지만, 머리카락 한 올까지 미세한 정성이 담긴 만화 월간지 ‘챔프’와 ‘윙크’는 또 다른 신세계다.
고단한 직장생활을 마치고 즐기는 포차는 그때가 더 정겨웠다. 1970~1980년대를 재현한 듯한 ‘익선동 갈매기살골목’은 그 정겨움도 잡았다.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옹기종기 붙어있는 고기집. 약간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나무 문. 익숙한 철 테이블 위에서 갈매기살, 삼겹살, 항정살 등 소주 한 잔에 털어버릴 안주들이 익어간다.
이 정겨운 감성이 한 세대에겐 추억의 한 장면, 요즘 얘들에겐 경험하고픈 새로움이다.
그 새로움. 이번엔 개화기를 택했다. 나도 고애신(김태리 분)이 되어보겠다는 ‘인싸 의지력’을 가지고 익선동을 찾았다.
먼저 마음가짐 아니 몸가짐부터 개화기로 가야 했기에 (역에서 더 가깝다는 이유로) ‘익선의상실’을 찾았다. 평일 어느 날, 뜬금없는 오후 시간대였지만 ‘익선의상실’은 이미 “까르르~” 즐거운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손님들 중 2팀은 외국인이었다. 중국인 관광객과 일본인 관광객들. 요즘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는 그들은 여러 의상을 입어보며 매우 행복해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의상을 선택했다.
피팅해 볼 수 있는 의상은 총 2벌. 2벌 중 마음에 드는 의상을 선택한 후 메이크업 룸으로 이동 머리와 메이크업을 점검한 후 알맞은 액세서리를 선택하면 된다. 의상 대여 시간은 3시간.
후배기자와 서로 절대 평소라면 입지 않을 것 같은 색의 의상을 골라주는 고약한(?) 친절 뒤 정말이지 어색하지만 나름 “괜찮은데?”를 연발하는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섰다.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이 했던 포즈부터, 주변 소품들을 사용하며 ‘익선의상실’내의 포토존을 휘저었다. ‘이만하면 찍을 만큼 찍었다’라는 생각이 들을 때쯤 우리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했다. 익선동 거리를 ‘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
3만 원의 의상 대여비가 아깝다며 나가자는 후배기자 옆에서 새삼스레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던 그 때, 앞서 나갈 준비를 마친 중국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의상실 내의 모든 붉은 의상은 다 꺼내 입은 세 명. 붉은색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원색으로 마음껏 꾸민 즐거운 그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용기를 얻었다.
‘총총’ 빠르게 걷고 싶었지만 빠르게 걸을 수 없었던 옷을 입고, ‘세느장’을 찾았다. 개화기 의상과 찰떡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카페다.
옛날 호텔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곳곳에서 모던한 분위기가 넘쳤다. 4층까지 준비된 자리지만 곳곳에 손님들이 자리했다. 단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곳이라 층계의 높이가 다르고, 바닥에도 얕은 턱이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이같은 직원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낯설은 긴 치마를 입고 뒤뚱거리던 후배기자는 발이 걸려 넘어졌고, 음식은 공중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친절한 직원 덕에 음식을 다시 받은 뒤, 우리는 창피함을 추스리고 곳곳의 포토존에서 의상을 뽐냈다. “개화기 의상을 빌려주는 곳이 있다던데 거기서 빌렸나 봐”라는 다른 테이블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호텔을 개조했기 때문에 층마다 호실이 적혀진 문이 많았다. ‘미스터 션샤인’의 ‘글로리 호텔(극 중 쿠도히나가 운영했던 곳)’이 현실에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 우리는 ‘글로리 호텔’에 묵은 손님처럼 숨겨진 ‘인싸력’으로 층마다 다른 분위기의 ‘세느장’을 즐겼다.
‘익선의상실’로 돌아와 다시 2019년의 ‘나’로 돌아온 순간. 아쉽지만 그래도 영상으로만 지켜보고 상상했던 ‘그 시절’을 즐겼다는 새로움이 나에게 추가됐다. 아 물론 무수한 시선을 즐겼다는 엄청난 경험치까지.
누군가에겐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추억의 한 장면을 담아 놓은 곳.누군가에겐 내 방식대로 즐기는 또 다른 ‘힙’한 플레이그라운드.
핫하다 못해 뜨거운 그곳. 인싸들의 모임방, 이곳 익선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