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두고 국가 이미지 고려… 여성·어린이 고객층 증가 영향도
한 번이라도 일본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의점에 갔다가 낯뜨거운 경험을 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문 옆의 잡지 판매대에 남성들이 주욱 서서 심각하게 성인잡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
올 8월부터는 그런 장면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등 일본 편의점 업계가 줄줄이 성인잡지 판매를 중단하기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역사를 같이 해온 성인잡지의 퇴출에 업계는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21일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올 8월 말까지 전국 2만 개 매장에서 성인잡지 코너를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손과 훼미리마트도 비슷한 시기를 목표로 성인잡지 판매를 종료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본 국내 편의점의 90% 이상의 매장에서 성인잡지가 사라지게 된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등을 앞두고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일본의 부끄러운 민낯을 가리기 위함이다. 또 고객의 약 50%에 달하는 여성 고객과 어린이 고객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
사실, 일본 편의점에서 성인잡지 매출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편의점들이 성인잡지를 놓지 못한데는 경영 상의 이유가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고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NB)가 보도했다. NB에 따르면 성인잡지는 편의점을 경영하는 데 중요한 전략 상품이었다.
우선 단가를 보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성인잡지 가격은 1000엔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체인의 평균 객 단가는 629.2엔 (2018년 전점 기준). 한 권만 팔려도 매출이 크게 오르게 되는 셈이다. 물론 입지에 따라 매출은 다르다. 도심의 오피스가에서는 그다지 잘 팔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택가 인근 매장에서는 고령의 남성들이 잘 사며, 비즈니스 호텔 근처와 지방 간선 도로를 따라 위치한 매장에서도 잘 팔린다.또 남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성인잡지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다른 제품도 함께 사간다. 대형 편의점 체인 본부의 상품 담당 직원은 NB에 “커피나 신문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반찬과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며 “주먹밥이나 다른 음식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은 차(茶)와 비교해도 병행 판매율은 놀라울 정도로 높다. 단품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성인잡지는 일손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제품 관리가 수월하다는 매력도 있었다. 유통기한이 1시간 단위인 도시락이나 반찬과 달리 성인잡지는 유통기한이 없어 비교적 오랫동안 매대에 놓아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도시락은 썩어도 성인잡지는 썩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편의점 체인 본부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해 성인잡지 판매 중단에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2017년 지바 시에서 성인잡지 표지에 커버를 씌워 판매하는 방안을 계획했다가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 전환은 편의점을 둘러싼 환경이 그만큼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편의점의 고객층이 과거에는 독신 남성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여성과 어린이 등 가족 단위 고객으로 확대한 지 오래다. 방일 외국인의 폭발적인 증가로 공공 장소에 성인잡지가 버젓이 놓여 있는데 대한 위화감 지적도 늘었다.
NB는 “독신 세대나 맞벌이 가구 증가를 비롯해 편의점은 항상 사회의 추세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변화시킴으로써 현재의 모습까지 발전되어 왔다”며 “성인잡지 판매 중단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