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현대중공업과 조건부 MOU 체결…현물출자 통해 중간지주사 설립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7층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업종 중심 계열인 현대중공업과 산업 재편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 우선적으로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했다”며 “유상증자 등이 복합된 복잡한 거래 구조를 띠고 있어 공개매각 절차로 거래를 추진하기는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제안 안건을 의결하고 M&A에 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산은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민영화는 단순 매각이 아닌, 통합법인 설립을 통한 주식 교환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은이 5973만8211주 규모의 현물을 출자해 현대중공업 지주 사이에 ‘조선통합법인’ 지주사를 신설한다. 이 지주사 아래로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대우조선이 수평적 조건으로 들어가며, 각 회사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대우조선 유동성 지원을 위해 산은은 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5000억 원을 지원하고, 자금 부족 시 추가로 1조 원을 더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최종적으로 품을지는 미지수다. 산은은 유사한 조건으로 잠재 매수자인 삼성중공업에도 인수 의향을 타진한다. 만약 인수자가 변경될 경우 거래조건도 달라진다.
이 회장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으면 현대중공업 조건과 비교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2015년 대규모 손실과 유동성 부족 상황에 처하자 정상화 작업을 개시했다. 2016년 5544%에 달했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222%까지 대폭 하락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7년 7000억 원을 기록하며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경영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적기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빅3 체제하의 과당 경쟁, 중복 투자 등의 비효율을 해소하고 빅2 체제로의 조선산업 재편 추진 병행이 필요했다”고 민영화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완료하기까지는 공적자금 회수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0년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되면서 13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해 “인수를 시도하는 단계라 아직 논하기엔 좀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