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받고도’ 대우조선 파는 산업은행…“지금이야말로 매각 적기”

입력 2019-01-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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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투입 비용, 내년에야 지불 가능…"통합법인 주가상승때 차익실현"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주식 교환’이라는 복잡한 방식으로 매각하려는 것은 지금 시점이 매각을 위한 ‘적기’라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은이 현대중공업의 자금 여력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사실상 ‘0원’을 받고 대우조선을 넘기는 방안으로 주식 교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 현대중공업, 실제 비용은 내년에야…이동걸 “얼마 투입했는지가 문제 아냐” = 이번 현대중공업 매각 구조는 크게 두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우선 산은이 현대중공업 지주와 함께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고 조선통합법인의 지분 18%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된다. 하지만 이 단계까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사들이는 데 따르는 비용은 ‘0원’이다. 산은 또한 양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의 주식만큼을 조선통합법인의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 전부다.

단, 현대중공업의 자금 지출은 그 다음 단계인 대우조선에 대한 1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유증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정재경 산은 구조조정본부장은 “딜 절차가 다 완료된 다음에야 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최종 인수자로 낙점된 뒤에도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까지 고려하면 올해 말은 돼야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따지면 현대중공업이 실질적으로 자금을 들이는 것은 빨라야 내년인 셈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대우조선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적기금에 대해서) 다시 계산을 안 해봐서 얼만지 알 수 없다”면서도 “얼마 투입 문제가 아니라 조선산업 정상화를 위해 이 시점에서 뭘 해야 할까 하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상화 추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얼마나 조선산업에 경쟁력을 높이고 그 결과로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느냐는 차원의 문제”라며 “이미 수조원의 채권단 자금이 100% 회수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태”라고 밝혔다.

◇ “올해가 매각 적기”…산은, 리스크 감수한 까닭은 = 산은 입장에서는 이 구조에서 인수 금액을 돌려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추후 조선통합법인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 당장 돈을 못 받더라도 조선통합법인의 주가가 높아지면 그때 팔아서 차액을 남길 것이라는 계획이다.

조선업의 수주 증가 등 업황 개선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긴 하지만, 산은의 이런 매각 방식은 불확실한 미래 소득을 현재 소득과 맞바꾼다는 점에서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산은이 서둘러 현대중공업을 매각하려는 것은 지금이야말로 대우조선 매각의 최적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조선업체 같은 경우는 업황이 너무 좋아도, 너무 낮아도 매각하기 어렵다”며 “상황이 개선돼가는 과도기가 딱 좋은 시기인데 지금이야말로 그때”라고 말했다. 앞서 추진한 분할매각이 대우조선 노조 등의 반대로 무산돼온 것도 영향을 끼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몸집이 워낙 커 3분할 한 뒤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해왔다”면서도 “노조 등의 반대로 실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산은이 먼저 현대중공업에 제안했다.이 회장은 “산업재편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측과 우선적으로 협상하는 것이 훨씬 더 신속히 협상을 끌어갈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현대중공업 측과 우선적으로 협상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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