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 대답만 되풀이 ‘신중론’…공단 기업인 방북 번번이 제동
2016년 2월 11일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공단 재가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계속 유보적이다. 현재로서는 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방북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은 2004년 18개 기업의 입주와 함께 출범했다. 입주기업은 폐쇄 직전 123개로 늘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우리나라는 32억6400만 달러, 북한은 3억7540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나름 성공적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남북관계의 분위기에 따라 가동과 폐쇄라는 외줄타기 같은 위태로운 모습을 지속해 왔었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로 폐쇄 전까지 통행금지 조치만 3번을 겪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가 단순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는 게 개성공단 운영의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반발한 정부가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뤄졌다. 이후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모인 개성공단 기업 비대위는 올 1월까지 3년간 총 7차례 방북을 신청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현지에 두고 온 공장설비와 자산들을 점검하러 가겠다는 요청에도 정부의 입장은 ‘유보’에서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6·12 북미정상회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그리고 추가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동안 공단 재개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조성했으나 개성공단의 빗장은 여전히 잠긴 상태다.
교착 상태에 빠진 개성공단 재개의 실마리는 27일부터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우선 정상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데 이어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경우 개성공단 재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공단 재개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개성공단은100만 평 규모의 1단계 사업만 진행된 상황이어서 당초 계획대로 2000만 평으로 확대되면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다.
정치권도 개성공단 재개를 바라는 기업인들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공단 재가동이 갑자기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기대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중단 3주년에 즈음해 11일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서 방북 승인과 3대 사업 제재 면제 요청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에는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는다. 재가동과 기업인 방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3년에 대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등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계속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금강산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조건이 마련되는 것에 따라 우선 정상화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합의사항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