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력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글로벌 호황에 힘입은 결과다.
업계는 엄청난 규모의 현찰을 보유하게 된 삼성전자가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에 과감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보유액(연결 기준)은 전년 말(83조6000억 원)보다 무려 24.7% 늘어난 총 104조2100억 원으로, 처음 100조 원을 돌파했다.
현금 보유액은 기업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 상품, 장기 정기예금 등을 합친 것이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274조9000억 원)의 약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른 기업과 비교해봤을 때 2위 상장사인 SK하이닉스 시총(53조7000억 원)의 2배, 국내 2위 기업인 현대차 시총(25조8000억 원)의 4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총자산 또한 현금 보유액 증가 영향으로 339조3600억 원을 달성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현금을 보유한 배경에는 반도체의 슈퍼 호황이 한 몫 했다.
지난해는 모바일 제품 고사양화, 글로벌 IT 기업들의 집중적인 서버 투자로 인해 전례가 없던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실적 호조로 삼성전자는 작년에 44조34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42조1900억 원)보다 약 5% 증가한 수치다.
실탄을 넉넉하게 확보한 삼성전자는 올해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보다 기술적 측면에서 뒤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업체들이 바짝 추격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애플을 제치고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초 이스라엘 카메라 스타트업인 코어포토닉스를 약 1억5500만 달러(약 1750억 원)에 인수했다고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코어포토닉스는 광학 줌과 저조도 촬영, 광각 사진 등 멀티카메라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2017년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에게 특허기술 4개를 무단 도용했다며 미국 법원에 고소하는 등 코어포토닉스의 기술력은 업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유력 반도체 업체도 인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NXP, 자일링스, 인피니언 등에 대한 인수를 검토 중”이라면서 “실제로 인수가 이뤄질 경우 기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