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속으로] “지능화되는 증권범죄, 대응방안 필요하다”

입력 2019-02-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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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흔히 말하는 증권범죄는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내부자거래), 사기적 부정거래’를 말한다. 이러한 증권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으로서는 검찰이 있고, 조사기관으로서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그리고 한국거래소 등이 있다.

특히 금감원에는 증권범죄를 조사하는 3개국이 있다. 국내 증권범죄 조사기관을 통틀어 조사 역량이나 시설이 가장 뛰어나다. 과거 증권감독원 시절에는 1개과에 불과한 작은 부서였지만 이제는 3개국 10여개 팀으로 성장했다. 질적으로도 성장해 독자 개발한 매매분석 프로그램과 전용서버, 전문조사 인력과 영상 녹화가 가능한 조사 문답실 등을 갖추고 있다.

검찰은 2002년 서울중앙지검에 증권범죄전담 부서(형사9부를 거쳐 금융조사부)를 만들었다가 지금은 서울남부지검이 금융범죄수사 중심청으로 금융조사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회 국무회의 1호 지시 사항인 ‘주가조작사범 척결 지시’로 갑작스레 자본시장조사단이 설치됐다. 한국거래소에는 시장감시위원회가 반(半) 독립적인 조직으로서 조사를 담당하는데 이상거래에 따른 매매 주문을 현장에서 적발함으로써 불공정거래 조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금감원, 금융위, 검찰 등 촘촘하게 증권범죄 수사와 조사가 진행되자 최근 증권범죄는 과거의 단순한 시세조종보다 더 지능적이고 고도의 수법을 동원하는 형태로 진화됐다. 초기에는 HTS의 발달로 시세차익을 전문으로 노리는 ‘시세조종’ 범죄가 많았으나 그 수법들이 대부분 노출돼 2010년부터는 감소하였다. 최근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부당 이득을 목적으로 주가 부양을 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 사범이 크게 늘었다.

과거에도 사기적 부정거래 즉, 허위공시를 한다든가 거짓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주가 부양을 하려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인터넷 등 매체의 발달로 범죄 행각이 쉽게 드러나고 단속이 시작되자, 최근에는 좀 더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외자본의 적법한 국내 유입의 형태, 국외기업과의 합작이라든가 4차 산업 관련 M&A나 업종 변경, 바이오 제약기업의 임상실험 결과 발표 등 당해 상장법인의 외형을 멋지게 만드는 소위 종목 분식의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고,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주가 부양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화한 형태의 사기적 부정거래는 해외자본이나 해외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 국가 간 공조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국외 서류의 진정성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바이오 등 4차 산업 기술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 허위 사실을 빠른 시간 내에 쉽게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권범죄의 최근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선 조사기관의 확대가 아니라 조사부서의 집중화, 신속한 공조 등이 필요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처럼 금융위의 자본시장조사심의회(이하 자조단), 증선위를 거치는 중복 절차부터 고쳐야 한다. 또한 금감원장의 고발과 통보는 전형적인 ‘기관고발’인데도 제3기관(증선위)의 승인이 필요한 것도 법리적 모순이므로 개선돼야 한다.

불공정거래 사건은 대부분 기소되기 때문에 이미 법제화돼 있는 금감원 직원의 특별경찰관 지명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 금감원을 중심으로 금융위 자조단,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묶어 반관반민 형태로 미국과 같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Securies Exchange Commission)의 조직 구성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결국 증권범죄의 수사와 조사기관 역할이나 조직체계의 변혁을 통해 더욱 진화하고 지능화되고 있는 증권범죄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이제 금융당국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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