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중 협력 모델 개발 필요”
재계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대북 제재 완화 폭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남북경협 관련 제제가 일정 부분 풀리면 대북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남북경협 전문 기업인 만큼 (경협) 관련해서는 늘 준비하고 있다”며 “경협이 이뤄질 시, 어떠한 형태로든지 (경협에) 참가할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그룹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문 등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SK그룹에서는 SK임업이 남북경협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열린 평양정상회담 이전부터 산림녹화사업에서의 협력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임업은 1972년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당시 설립돼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 경영림을 관리 중이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이 남북경협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산림녹화사업의 기회가 온다면 SK임업이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삼성을 비롯한 대다수의 대기업들은 경협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등은 지난해 9월 총수 방북 이후 대북사업을 위한 TF(태스크포스) 구성이나 구체적인 사업 검토 등을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대북사업 추진에 소극적인 이유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의 경우 제재 국가와 제재 대상 관련 거래를 한 제3국의 개인·기업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 완화 조치가 확고히 취해진다면, 대기업 또한 대북사업 검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전반적으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갈증이 심화하고 있고, 그 가운데 북한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남북경협 과정에서 중국도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춘복 중국 남개대 교수는 지난달 ‘북한 경제 실상과 경협 여건 콘퍼런스’에서 “실제로 북한의 경제 개방은 북·중 접경지역 중심으로 중국 특구개발 방식을 모델 삼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중 3자 협력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태지역 100여 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사한 ‘한반도 안보·경제 전망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5.9%)은 “북한이 비핵화 이후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사업 환경을 안정화할 경우 대북사업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