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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 “아~”, “헉”
화면 속 오디오를 담당하는 격한 리액션들. 다소 오버스럽고 기계적인 반응. 방청객이라 불리는 그들이 있는 곳은 언제나 카메라 뒤였다. 하지만 이들이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섰다. ‘리액션 유튜버’라는 이름으로.
정말 각양각색의 영상이 넘쳐난다는 유튜브에서 카메라와 자신의 얼굴만으로 매우 짭짤한 조회 수를 올리고 있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리액션 비디오’.
그야말로 리액션만 담았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영상을 보고 솔직하게 반응하면 된다. 물론 약간(?)의 오버스러움과 인터넷이라 가능한 비속어는 옵션이다.
‘리액션 유튜버’들은 혼자 또는 두 명, 그룹을 이루어 등장한다. 혼자 해당 영상에 빠져서 다른 친구를 전도하고, 또 다른 친구를 전도하는 포지션은 기본이 됐다. 이미 이 분야에 빠삭한 한 명의 선구자가 다른 이에게 설명하고 이에 함께 반응하는 ‘리액션 비디오’는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시킬 정도.
이 단순한 콘텐츠는 어마어마한 조회 수를 기록한다. 흔한 ‘리액션 비디오’로 손꼽히는 것이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을 보고 반응하는 것인데, 이미 5000만 뷰가 넘는 영상들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엄청난 인기 덕분인지 ‘리액션 비디오’에는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들도 뛰어들었다. 무대와 뮤직비디오 영상 리액션에 관련 직업을 가진 음향 엔지니어, 영상 편집자, 보컬트레이너, 댄서가 직접 나선 것. 전문가의 리액션은 영상 속 가수들의 보컬과 댄스를 한층 더 빛나게 해준다.
전문성이 더해진 ‘리액션 유튜버’의 등장도 놀라운데, 이제는 영상 속 주인공들까지 리액션에 도전했다. 방탄소년단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 멤버가 다 같이 둘러앉아 시청하는 ‘리액션 비디오’를 촬영한다.
사실 ‘리액션 비디오’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에 한몫을 담당했다. K-팝에 생소한 사람들도, 익숙한 사람들도 뮤비 속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에 환호했고 이를 공유했다. 공유 영상이 늘어날수록 방탄소년단의 인기도 점점 치솟았다. 현재 유튜브에 ‘방탄소년단 리액션(BTS reaction)’을 검색하면 수백만 개의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이 같은 팬들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방탄소년단 또한 직접 ‘리액션 비디오’를 촬영해 공개했다. 더 재밌는 것은 ‘리액션 유튜버’들은 이 비디오조차 다시 리액션해서 업로드를 한다는 점이다. ‘리액션 비디오의 리액션 비디오’ 정도로 칭할 수 있겠다.
블랙핑크도 비슷한 영상을 촬영해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리액션 유튜버’의 최대 고객은 바로 K-팝 팬들이다. 인터넷상에서 K-팝 팬들은 이미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외국 ‘리액션 유튜버’들이 한국 가수들인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샤이니, 엑소, 빅뱅 등의 무대를 보고 반응하면, 그들의 말을 한글로 번역해 자막을 붙인 3차 가공 영상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는 한민족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국뽕’ 기질이 발휘된 경우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가수들의 공연에 환호하고 놀라는 모습에 왠지 모를 ‘역시 한국인’, ‘내가 다 뿌듯’이라는 자부심이 생겨나는 것. 일본, 미국 사이트의 댓글들을 번역해서 올렸던 지난 ‘국뽕 댓글’ 정도의 차원을 뛰어넘고 있다.
한국의 것을 이용해 외국 사람들의 리얼한 리액션을 끌어낸 대표적인 유튜버는 바로 ‘영국남자’ 조쉬다. 한국에서 생활했던 조쉬는 영국으로 돌아가 ‘영국남자’라는 제목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한국 음식을 영국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영상을 기획했다.
한국의 매운 맛부터 커피, 삼겹살, 과자, 음료수, 김밥 등 다양한 음식을 선보였고, 영국 사람들의 솔직하고도 다양한 반응에 한국 시청자들의 ‘국뽕’ 댓글이 쏟아졌다.
조쉬의 뒤를 이어 다양한 유튜버들이 한국을 공략했다. ‘리액션 유튜버’들이 K-팝과 K-푸드, K-드라마 등을 선택하는 이유도 한국 것을 활용한 리액션이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고 반응들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몰래카메라도 빼놓을 수 없다. ‘정직한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몰래카메라인데 카페에 물건을 두고 나가도, 가다가 지갑을 떨어뜨려도 한국에서는 절대 잃어버리지 않고, 사람들이 다 찾아준다는 내용이다.
한국인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외국인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충격(?)을 받은 외국인들의 반응은 한국어로 번역돼 ‘국뽕’으로 소화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의 ‘리액션 비디오’에 환호한 또 다른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특별한 반응들 때문이기도.
“오 마이 갓. 나 오늘부터 게이야. 그래 인정했어”, “난 이미 네 거야. 나 오늘 임신했다고!” 남자 유튜버들이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보고 외치는 반응의 일부다. 이들의 신박하고 이국적인 단어들은 한글 자막까지 달린 ‘3차 가공 영상’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앞서 말했듯 ‘리액션 비디오’는 누구나, 어디서든, 당장 만들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아이템이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누구보다도 잘 반응할 수 있다면, 오버는 그야말로 내 자체라고 자부한다면 당장 시작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리액션 유튜버’ 도전도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예쁜 편집과 자막들이 동원돼 꽤 괜찮은 채널들이 속속 등장했다. ‘리액션 비디오’는 “내가 환호하는 부분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환호한다”라는 문화적 동질감까지 더해지며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성별도 나이도 국경도 뛰어넘어 ‘좋아하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다는 따뜻함. ‘리액션 비디오’에는 수많은 사람의 ‘인정’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