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남 노른자 지역에서는 분양 보류지마저 외면받고 있다.
11일 일원동현대아파트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의 보류지 매각 입찰등록을 지난달 27일까지 받은 결과 유찰됐다. 작년 12월에 이어 재유찰된 것이다. 보류지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라 확보된 물량이다. 관련 조례 제44조에 따르면 사업 시행자는 주택 등을 공급하는 경우 분양 대상자의 누락·착오 및 소송 등에 대비해 보류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번 보류지 매각 대상은 59㎡ A형, 71㎡ C형, 121㎡ A형 등 아파트 3가구와 상가 3점포였다. 특히 아파트 매각 가격을 최고 3억5000만 원가량 낮췄으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보류지 매각가와 작년 공고 때 가격을 비교하면 △59㎡ A형 17억6000만→14억9000만 원 △71㎡ C형 19억8000만→16억5000만 원 △121㎡ A형 27억9950만→24억5000만 원으로 낮아졌다.
보류지에 대한 문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대금납부 부담으로 계약까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가격,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보류지 주목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수준은 2016년 진행했던 일반분양가와 비교하면 4억~7억 원가량 비싸다. 일반 분양가격을 보면 △59㎡ 8억9900만~9억7900만 원 △71㎡ 10억6000만~11억4800만 원 △121㎡ 16억8000만~17억9900만 원이었다.
보류지 낙찰자는 낙찰가의 15%를 계약체결 당일에 계약금으로 내야 한다. 계약체결 후 30일 이내에 낙찰가의 20%(1차 중도금)를, 계약체결 후 60일 이내에 낙찰가의 20%(2차 중도금)를 각각 납부해야 한다. 잔금(낙찰가의 45%)은 계약체결 후 90일 이내에 내야 한다.
가격과 자금 마련이 부담되는 상황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심리까지 더해져 호응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지난달 강남의 매수우위지수는 44.8로 전월보다 10.1 하락했다. 이 지수의 기준치는 100이다. 100을 밑돌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강남의 매매거래지수 역시 1.8로 전월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다. 이 지수의 기준치도 100이며, 100을 밑돌면 활발함보다 한산함 비중이 더 크다는 걸 의미한다.
조합 관계자는 “이번에 공고한 가격은 감정가보다 낮게 설정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조정은 없다”며 “문의 전화는 많이 오는데 자금 마련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