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무 산업부 기자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두산건설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5518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건설은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게 됐다. 두산건설은 희망퇴직도 추진하고 있다. 두산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마지막 선택지를 집어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산건설 살리기’에 나선 두산중공업도 여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발전플랜트 시장 업황의 개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중공업은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내부 분위기는 악화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의 신주 발행 물량 중 20%는 임직원이 참여한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해야 한다. 자체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계열사 지원 목적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반길 직원이 있을 리 없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나서야 한다. 사재 출연을 통해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한다고 밝히는 것도 방법이다. 총수의 유상증자 참여는 ‘회사 회생에 대한 의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도 임직원과의 소통에 나서 그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고인이 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재계에서 ‘침묵의 거인’으로 통할 만큼 말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말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되고, 자신의 위치에서 무슨 말을 하게 되면 그 말이 모두 약속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는 박 명예회장이 리더로서 말의 무게와 책임감을 중시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지금 두 아들은 선친이 아껴왔던 ‘말’과 행동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