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연기 방안 표결 예정…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도 필요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원은 테리사 메이 총리와 EU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난 1월과 전날 두 차례 거부하고 나서 이날 투표로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배제시켰다.
최대 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의회는 지난 24시간 동안 메이의 딜과 노 딜 모두 거부했다”며 “이제 의회가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자신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합의한 브렉시트 수정안이 전날 부결되자 이날 ‘3월 말 EU와 합의 없이 이탈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다만 메이 총리 결의안에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률적 디폴트(Legal Default)’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있어 EU 잔류파를 중심으로 한 여야 의원그룹이 반발했다. 메이 총리의 결의안이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보수당의 캐럴라인 스펠맨과 노동당의 잭 드로미 의원이 “하원은 어떤 경우에도 영국이 브렉시트 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하원은 이를 찬성 312표, 반대 308표 4표 차로 통과시켰다. 이어 메이 총리 결의안에 수정안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찬성 321표, 반대 278표로 가결했다.
부총리를 역임한 데미언 그린 보수당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은 찬성 167표 반대 374표로 부결됐다. 그린 의원의 방안은 브렉시트 시기를 오는 29일에서 5월 22일로 연장하는 한편 영국과 EU가 2021년까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다.
비록 영국 하원이 노 딜 브렉시트를 거부했으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국과 EU 법에 따르면 둘 중 하나라도 노 딜 브렉시트에 찬성하면 영국은 오는 29일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시장은 여전히 이날 영국 의회가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했다는 것에 안도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장중 전일 대비 최대 2% 급등한 1.335달러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내야 한다”며 브렉시트 방안 도출을 촉구했다.
영국 하원은 14일 브렉시트 연기 방안을 놓고 표결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연기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브렉시트가 미뤄지려면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 27개국이 만장일치로 이를 허락해야 한다. 오는 21~22일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연기 승인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EU 측은 브렉시트 연기 협의에 응할 자세이지만 영국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영국과 EU가 연기 이유와 기간 등에 합의하지 못하면 3월 말 노 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