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일곱 번 재고, 천을 째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단행한 7개 부처 장관들을 보면 신중함 보다는 행동이 앞선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는 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의원과 진영 의원을 중소벤처기업부·행정안전부 장관에 각각 내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낸 박양우 중앙대 교수를 발탁됐다.
또 통일부 장관에는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최정호 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조동호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그리고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문성혁 세계해사대학교(WMU) 교수를 내정됐다.
이번 개각은 현 정부 들어 최대 폭으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 초대 장관 7명을 대거 교체하면서 2기 내각 진용이 사실상 완성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는 군 미필인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배우자가 개각 발표를 전후해 종합소득세 2430만원을 추가 납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개각 발표 직전에 딸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증여한 뒤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 증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그는 지난달까지 거주하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84.78㎡)를 지난달 18일 장녀 부부에게 증여하고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의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1996년에 매입한 이 아파트는 본인 재산 목록에서 제외됐다. 최 후보자는 세종시 반곡동의 아파트 분양권도 갖고 있다.
일련의 행동을 감안할 때 과연 최 후보자가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수장 자격을 갖췄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발언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천안함 폭침 5주년을 맞아 강화도 해병대를 방문한 것에 대해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다”며 조롱했다.
고위공무원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편법과 불미스러운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장관 후보자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현 정부 2기 내각 진용이 사실상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얼마 후면 이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현 정부 2기 내각 진영이 온전히 갖추었는지 아니면 논란이 증폭되는 후보자들로 말미암아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가 개각과 관련해 (인사) 논란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인사를 단행함에 있어 ‘일곱 번 재고, 천을 째는 마음’으로 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후보자들은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고, 정부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충만한 인재를 제대로 발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