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기반 호신 애플리케이션 개발…'강남역 살인' 이후 아이디어 고안
지난 2016년 5월 17일, 30대 남성이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채 죽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묻지 마 살인사건'이다.
이후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안도 아닌 자조가 퍼졌다. 그리고 '조금만 더 빨리 발견됐다면, 살 수 있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흘러나왔다. 당시 이 사건을 뉴스로 접한 김다혜(27) 로즈벨 대표는 위험에 노출됐을 때 좀 더 빠르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구나 한 번쯤 어두운 골목길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계속 뒤를 돌아보고, 괜히 발걸음 소리를 크게 내본 경험이 있다. 경찰서는 어디에 있나, 가장 빠르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등 불안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가 많다. 김 대표는 폭력 등 범죄 발생 시점과 신고시간의 간격을 최대한 줄일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블루투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로즈벨은 'La belle rose pour elle'(그녀를 위한 아름다운 장미)의 줄임말이다. 최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장미는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꽃이다. 가시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아름다운 이름으로 많이 사용된다. 저희 제품이 장미를 보호할 수 있는 가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즈벨의 안전 애플리케이션을 고안한 게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인가.
"네, 그렇죠. 당시 피해자가 발견된 시점이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좀 흐른 뒤라고 알고 있어요. 피해자가 한동안 의식이 있었을 거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조치를 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처음 안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상한 사람이 달려들었을 때, 그 남자를 이길 수 있는 여성은 정말 없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 즉각적으로 조치를 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일종의 호신 앱이다. 위험을 감지했을 때 누르거나 위협을 당한 이후 누를 수 있는 것인데, 어떤 원리인가.
"액세서리에 버튼이 하나 있어요. 불안함을 느낀 순간 로즈벨을 짧게 누르면 됩니다. 그럼 앱이 실행되면서 등록된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주고, 전화를 받으면 자동으로 상황이 녹음돼요. 위험하다고 생각이 되면, 로즈벨을 길게 누르시면 되는데, 3초 안에 실시간 위치와 현재 상황이 녹음된 파일이 지인에게 전달됩니다."
-새로운 기술인가. 낯설지 않은데.
"네, 엄청 어렵거나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게 아니에요. 아이디어 제품인 거죠. 다만 블루투스라는 건 원거리에서도 신호를 휴대전화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건데, 로즈벨은 휴대전화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펀딩으로 목표액의 300%를 달성했다고.
"목표액이 300만 원이었는데, 700만 원이 넘게 모이면서 목표치를 채울 수 있었어요. 펀딩을 통해 창업의 가능성을 처음 발견하기도 했어요. 이전에는 아이템을 만들고 개발하는 데만 몰두했지, 고객들과 소통하고 시장 반응을 볼 기회는 많지 않았거든요. 창업동아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펀딩을 통해 고객들은 제작 과정부터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어떤 기능이 잘되지 않는다' 등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키링 형태로 나온 것도 고객 아이디어였어요. 지금도 현장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펀딩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객 몇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죽더라도 내가 죽은 위치를 사람들한테 알려야 하지 않겠냐'라는 말씀들을 하세요. 그리고 '강남역 살인사건'처럼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공포를 많이들 경험하시잖아요. 일상적인 경험에 의한 구매였던 거죠. 남자분들이 오히려 더 공감하기도 해요. 흉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던지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서요. 남성용, 어린이용, 실버용까지 계획했던 게 그런 시장 호응 때문이었죠."
-하지만 현재 1차 제품 출시 이후 멈춘 상태다.
"생활 환경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하더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시 로즈벨 제품으로 손이 향하는 과정에서 방해물들을 많이 접하기도 하고요. 또 애플리케이션 구동 자체를 봤을 때, 아이폰은 제한적이에요. 위치정보도 많이 못 가져오고, 녹음 기능도 못 하게 자체적인 규제가 많잖아요. (로즈벨은 안심귀가, 안심 길찾기, 안심친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무리 규제를 피해서 해도, 애플사에서 막으면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요. 또, 한 앱에 너무 많은 기능을 넣다 보니 로직이 꼬이거나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기능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2차 제품은 1차 때보다 간소화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로즈벨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위험한 순간 혹은 불안한 순간에 사용하길 원해요. 그 기능을 중점으로 남겨서 로직을 간결하게 다시 짜는 작업 중입니다."
◇ 창업 꿈나무의 끝나지 않는 도전기 "안전 네트워크 구축하는 게 목표"
최근 1인 가구 증가 및 여러 가지 이유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을 넘어섰다. 동시에 매년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나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만큼 유기동물이 수도 증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회적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인 '안전 네트워크' 구축에 반려 동물의 안전도 포함되는 계기가 됐다.
- 기존 '인식표'와 차별점이 무엇인가.
"반려동물이 유기가 됐거나 실종된 경우 주인의 품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반려동물의 이름이나 보호자의 전화번호 같은 정보들이 적힌 인식표를 착용시키는 게 법정의무화 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기동물센터에 방문해서 보면 인식표가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내장형 인식표도 있지만, 부작용이 생기는 일도 있어서 선호되지 않고요. 로즈벨 '스마트 인식표'는 내장된 칩의 블루투스를 이용해 반경 최대 30m 안에 반려동물이 있을 때 위치를 추적해 반려동물을 찾을 수 있어요. 기존의 인식표는 그저 이름만 표시할 뿐이었지만, 스마트 인식표는 블루투스를 이용해 사정거리 안에 있는 애완동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앱에 한 번 등록하면 다시 지울 수 없다 보니 반려동물이 유기되어도 누가 주인이었는지 등록된 상태인 거죠."
- 상용화는 언제쯤 이뤄지나.
"시장 반응이 좋아요. 하지만 로즈벨 호신 앱 개발을 완성하고 할 계획이에요. 기존에 구매하셨던 분께는 2차 개발된 로즈벨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고요. 스마트 인식표는 기부와 함께 진행할 생각입니다. 하나를 구매하면 하나는 유기견센터에 기부되는 형식으로요. 유기견의 수를 줄이자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꼭 이뤄져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특이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우연한 기회였어요. 러시아에서 ICT에 관심이 많아서 바이어미팅도 많이 할 수 있었죠. 알파뱅크라는 러시아 10위 안에 은행의 은행장도 만났어요. 러시아 은행권이 스타트업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제품을 보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저희가 러시아에 진출할 때 모든 도움을 주시겠다는 말씀까지 해주셨어요. 저희에겐 정말 좋은 기회가 됐던 거죠."
-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한 꿈나무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저희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는 '안전'이에요. 그렇게 사람의 입장에서 나온 게 로즈벨이고, 분야를 넓혀서 유기견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축이 완성되는 단계인데, 이 제품들이 잘 되면 아동과 실버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해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불안감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안전 사각지대인 시골까지 로즈벨이 확장돼서 사회 구성원 모두 불평등 없이 안전함을 누리는 그 날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