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밑빠진 독 물붓기’ 추경 만능인가

입력 2019-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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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구체화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추경을 검토 중”이라며 “경기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발(發) 추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여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국내총생산(GDP) 0.5% 이상 규모의 추경을 권고했다.

논란이 적지 않다. 국가재정법의 추경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 침체 및 대량 실업 등이다. 미세먼지가 재난임에는 틀림없지만, 재정 투입으로 해결될 문제인지 의문이다. 국내 산업구조, 탈(脫)원전 등 에너지정책, 중국과의 외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해법도 분명치 않은 환경 현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올해 470조 원의 ‘슈퍼예산’이 아직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데 벌써 추경 카드가 나온 것부터 비정상이다.

또다시 추경 만능(萬能)의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다. 추경이 필요해도 어떤 규모로 편성해 어디에 얼마나 쓰고, 어떻게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 미세먼지 대책에 IMF 권고를 감안하면 이번 추경은 10조 원 안팎 규모로 예상된다. 결국 경기대책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문제는 추경으로 경기를 진작할 수 있느냐에 있다. 경기부양은 어느 때보다 다급하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작년 12월 이후 4개월째 감소세이고, 투자와 고용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월 실업자가 130만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8000명 늘었고, 실업률도 4.7%에 이르렀다. 투자도 전년 동월 대비 16.6%나 줄어들었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개월,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성장이 본격화한 1971∼197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1조 원, 작년 3조8000억 원의 추경이 집행됐다. 본예산에 더한 ‘일자리 추경’이었다. 그럼에도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알바성’ 공공일자리만 늘었을 뿐, 민간 일자리는 계속 쪼그라든 통계만 나오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정책 실패의 요인이 가장 크다.

추경 편성은 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으로 이어진다. 국가부채 증가는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의 확장 재정과 공공부문 확대, 재정부담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복지 지출 등에 대한 우려가 많다. 추경이 남발되지만, 경제 성장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 대책보다는 임시방편의 소모성 지출로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잇따른 추경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활성화하지 않고, 민간의 경제활력 제고에도 실패했다. 경제정책의 근본 문제를 뜯어고치지 않고는 추경으로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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