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선 청와대의 인선이 문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논문표절 의혹, 위장전입 의혹 등이 튀어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은 “체크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체크를 했는데,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인지, 아니면 체크를 했는데 장관 후보로 거론된 다른 인사들에 비해 장관 지명자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도덕성을 가졌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만일 체크를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체크, 그러니까 인사 검증이 국민적 상식과 판단에 맞는 인사를 선택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때, “문제없다”는 결론은 국민적 상식과는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뭐 하러 청문회를 하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 청문회 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들 수 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후보자가 충분한 해명을 했기 때문에 의혹은 해소됐다고 본다”는 식으로 언급하며,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이것도 문제다.
제기될 수 있는 첫 번째 문제점은, 과연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국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도 못한 상황임에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최소한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청문회 본래의 취지에는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인사청문회라는 것은 대통령제하에 존재하는 제도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운용하고 있는 내각제의 경우, 의회의 다수당이 연정을 통해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대통령제는 내각제하의 총리보다 훨씬 막강한 권력을 대통령이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력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이다.
즉,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력 견제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이런 견제를 무력화시키는 꼴이 된다. 다시 말해서 권력을 견제하라고 있는 제도를 막강한 권력으로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문보고서가 무산된 상태에서 청와대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청와대의 대(對)국민 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현 정권은 자신들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국민소통게시판도 그런 취지에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국민과의 소통은 청원 게시판을 만들었다고 잘되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도 국민과의 중요한 소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통해, 해당 후보자가 국민적 상식에 부합되는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지명 철회를 하는 것도 중요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것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에 대한 지명 철회가 ‘소통’이 아닌 ‘굴복’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문제다. 야당의 행위를 지지하는 야당 지지자들 역시 국민이기 때문이다. 즉, 국민과의 소통이란 ‘우리 편끼리의 선별적 소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장관 임명을 강행하게 되면,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를 국민에게 소개하는 기회 정도로 청문회를 여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청문회는 ‘장관 될 사람을 국민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대통령의 장관 임명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수순인데, 이런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청문회 무용론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국회 동의를 통해 임명하는 인준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임명 가능한 공직자가 1만6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7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측면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인준 대상자를 늘릴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식으로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민주주의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