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침내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제약업계는 최악의 수는 피했다는 점에서 한숨 돌렸지만, 약가 차등화가 현실화되면서 중소 제약사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제네릭 개발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에 따라 가격을 보상하는 차등가격 원칙으로 개편한다고 27일 밝혔다. 지금까지 제네릭에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거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네릭만 약가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업계는 복지부의 이번 개편안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점에서 일단 안도하고 있다. 당초 복지부는 자체 생동성 시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과 함께 직접 생산 여부까지 반영하려고 했으나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직접 생산은 기준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최악을 피했을 뿐 최선은 아니란 점은 우려 요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시적인 공동·위탁생동 1+3개사 제한 실시 후 완전 폐지 방침에 이은 복지부의 발표로 ‘생동 대란’이 발생하는게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높다”면서 “제약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반복적인 약가 인하로 산업 현장의 성장 의욕을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형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의 체감 온도는 극명히 엇갈린다. 자체 생동이 필수 기준이 되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제약사들은 도태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기존에 허가받은 제네릭도 약가 인하를 피하려면 3년 이내에 추가 생동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자체 생동은 단순히 생동 비용 증가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보다 고차원적인 사업구조를 갖춰야 하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며 “매출 기여도가 낮은 일부 품목은 포기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제약사의 경우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기 위해 제네릭을 캐시카우로 삼은 곳이 적지 않다. 이들은 개편안이 이 같은 순환구조를 무너뜨리면서 업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업계 구조조정을 노린 복지부와 대형 제약사의 합작품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중소형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 결국 대형 제약사들은 매출 확대의 기회를 얻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보 인력조차 없는 영세 제약사들이 많아 개편안에 중소 제약사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발사르탄 사태 이후 대형 제약사들과 복지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