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 정책 강화 분위기 속에 전자투표제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기업들의 전자투표시스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과 전자투표시스템 계약을 맺은 회사 수 대비 실제 이용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7일 예탁원에 따르면 올해 전자투표시스템 이용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1331개사다. 2016년 828개사와 비교하면 3년 만에 503개사가 늘었다. 올해도 현대글로비스, 신세계그룹사, 팬오션 등 대형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등 16개사가 새롭게 K-eVote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K-eVote는 2010년부터 도입된 예탁원의 전자투표시스템이다. 전자투표제는 회사가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명부, 주주총회 의안 등을 등록하면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주목할 대목은 실제 이용 기업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이달 말 기준 전자투표시스템 이용이 예상되는 회사는 576개사로, 전체 계약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예탁원 전자투표시스템의 계약사 대비 이용사 비중은 △2016년 57.1%(828개 사 중 473개 사) △2017년 59.6%(1176개 사 중 701개 사) △2018년 37.5%(1297개 사 중 486개 사)로 지난해 급격히 줄어든 후로 올해도 5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 분위기 속에 기업들이 서비스 계약은 체결하고 있지만, 이용률이 저조한 데는 이사회 결의의 어려움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주들의 참여율이 올라가 소수의견이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에 적극 개입해 경영권 유지에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또 공인인증서의 유출이 심각한 상태로 본인확인문제, 이중투표, 조작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함께 기존 주주총회에 추가적으로 전자투표를 토입해야 하는 만큼 이중의 업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 등이 기업들이 이용을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예탁원 관계자는 “전자투표제의 이용 여부는 발행회사의 의사 결정 문제이고 경영 상황이기 때문에 이유를 물을 수는 없다”면서도 “계약은 회사의 필요에 따라 할 수 있지만 실제 이용하는 것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계약과 실제 이용회사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예탁원은 전자투표시스템과 발행회사 홈페이지 연계, 전자투표 관련 홍보자료와 주주 이용매뉴얼을 제공하는 등 발행회사의 전자투표 홍보활동에 협조하고 있다. 또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K-eVote를 통해 전자투표·전자위임장을 이용한 주주 전원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