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로비 실제 증거 찾지 못해...DJ 측근 조풍언ㆍ구본호 구속 기소
대우그룹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해 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9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김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로비자금 명목으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조풍언 씨와 함께 조씨와 공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LG그룹의 방계 3세인 구본호 씨(현 범한판토스 대주주)도 구속 기소했다.
대검 중수부에 따르면 김우중 전 회장으로부터 1999년 당시 그가 DJ 측근인 조풍언씨에게 4430만달러(당시 한화 526억원)를 보내 DJ 3남 김홍걸씨 등 정부 최고위층 등에게 로비를 시도하려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씨는 건네받은 4430만달러 중 2430만달러로 대우정보통신 주식 258만주를 취득, 현재까지 경영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000만달러는 대우통신(주) 전자교환기(TDX) 사업을 인수하려했지만 주총 반대로 무산되자 이중 일부를 해외로 반출했다가 다시 국내로 들여와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삼일빌딩 매입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 및 로비 대상자로 거론된 인사들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실제 로비가 이뤄진 단서는 찾지 못했다. 따라서 조씨의 해외계좌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홍콩과 스위스등의 사법당국과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IMF 외환위기 대우그룹 사태 이후 5년 8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 2005년 귀국했다.
그는 20조원대 분식회계 및 9조8000억원 사기대출 혐의로 징역 8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의 선고가 확정됐다. 이후 지난해 말 노무현 정부가 징역형에 대해 특별사면을 내렸다.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은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면서 김 전 회장이 조씨에게 로비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을 조사했지만 재미교포인 조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중단해야 했다.
조씨는 김 전 회장과 경기고 2년 선후배 관계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우구명 로비 사건의 핵심선상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조씨가 대우그룹 사건이 터지자 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잠적하면서 이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만 증폭돼 갔다.
5년간 수사가 재개되지 못한 이 사건과 관련 수사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조씨가 올 3월 돌연 귀국하면서 부터다.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해외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빼돌린 회사자금 가운데 4771만달러를 퍼시픽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컴퍼니로 보내 대우개발 주식 776만주를 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또다른 페이퍼컴퍼니인 베스트리드리미티드 명의로 허위양도한 사실을 밝혀내 이날 김 전 회장을 또 다시 이날 불구속 기소한 것.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감춰둔 1150억원대의 재산을 찾아내 압류조치했다.
김 전 회장이 재산 추징 목록은 대우개발(현 베스트리미티드코리아) 주식 776만주(시가 1100억원대)를 자진 헌납한 것을 포함 횡령 자금으로 구입한 7억8000만만원 상당의 미술품 134점 등이다. 하지만 18조원에 달하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전체 추징금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다.
그외 검찰은 조씨의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박탈 보전 조치를 취해 총 2217억 원을 국고에 환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검찰이 실제 로비가 단서는 찾지 못한 상태에서 국제 형사사법공조상 조씨의 해외 소재 법인계좌 거래내역이 도착할 때까지 수사를 미루기로 해 아직 대우그룹 구명 로비 수사는 완전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