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화재 ‘결제 불통’ 사전 차단”…KB국민ㆍ하나은행, ATM에 무선망 구축

입력 2019-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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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ㆍ우리은행도 무선망 설치 추진…전산 오류 등 고객 불안감 해소 전망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통신 장애에 대한 위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점 외 자동화기기(ATM)에 무선으로 백업망을 구축한다. 지난해 KT 아현지사 화재 여파로 통신망이 훼손돼 금융서비스 위기론이 커진 데 따른 대비책이다. 두 은행은 이르면 올 상반기까지 설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현재 ATM의 통신망 보완을 위한 무선망 설치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영업점 내부의 ATM을 제외한 전국 무인자동화코너가 대상이다. 올 상반기 내로 작업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KEB하나은행도 전국의 지점 외 ATM에 대한 무선망 설치 작업이 완료 단계에 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설치가 끝난다.

두 은행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11월 말에 불거진 ‘KT 화재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4곳의 은행 ATM에서 장애가 발생해 고객들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겪었다. 통신구 관할지역에 설치된 ATM 200여 대가 주말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이 영업점 외부에 설치된 ATM이다. KT 단독 유선망으로만 연결된 탓에 화재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영업점 내부 ATM은 주회선을 보조할 회선을 이미 구축해 놨지만 외부 ATM은 보조 통신망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LG유플러스 무선망이 보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미리 구축한 신한은행만 예외였다.

화재사건 직후, 은행은 내부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무선망 설치 사업을 검토하고 통신사를 선정해 왔다. 대형 사고를 친 KT는 무선망 구축 사업에선 배제됐다. 일부 지역에 따라 통신망 구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무선망 사업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중 한 군데만 선정하지는 않았다.

◇은행권, ATM 대란에 ‘2~3중망’ 고민 =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불거진 ‘KT 화재 사건’ 후 사소한 문제 하나라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선망을 통한 2중 보안뿐 아니라 최소 3중망까지 통신망을 보완하는 것도 논의 대상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KT를 배제한 채 무선망 구축 사업을 지난해부터 검토해 왔다. 현재 사업을 수립하는 단계이며 4월 중 입찰공고를 예정 중이다. 올 하반기까지는 지점 외 ATM에 대한 무선망 구축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번 KT 화재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은행이다. 복수 통신망을 사용했던 다른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유선 통신망과 보조회선을 모두 KT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KT와 주회선 통신망 고도화 사업을 준비하려던 것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말 KT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KT 화재 사건 이후 현재까지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한창 구축사업을 진행할 시점이다. 무선망 구축 사업이 완료되는 하반기 이후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도 문제가 발생한 지점 외 ATM에 대한 무선망 구축 사업을 검토 중이다. 구축에 필요한 비용이 잠정적으로 추산되면 7~8월경 본격적인 무선망 설치가 시작될 예정이다. 무선망 구축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소요되기 때문에 3분기 이내에 완비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에 ATM은 적자사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은 사실상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상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관리비는 관리비대로 나가지만, 이용자 수는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객의 반발과 혹시나 모를 이탈 우려 때문에 쉽게 없애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은행이 지금껏 ATM에 여러 망의 안전장치를 두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KT 화재 사건은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게 한 계기가 됐다. 은행 간의 계좌이동이 간편해진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은행 고객들은 작은 오류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부 은행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했을 때 고객들의 이탈 조짐이 보였던 이유다.

지점 외 ATM까지 범위를 넓혔다는 것은 향후 ‘보완 불안’이 고객 이탈을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중은행 중 3중망까지 보완을 두껍게 한 곳은 없지만, 혹시나 모를 위협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사건·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고객을 잃지 않는 방식 중 하나가 됐다”며 “KT화재 사건 이후 각 은행들은 2중망은 당연하고 3중까지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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