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맥주 수출, 20만톤 처음 넘어서 전체 주류 수출의 3분의2 차지...소주의 3배
영국 기자로부터 “맛없다”는 혹평을 받았던 한국 맥주의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 맥주가 지난 10년간 주류 수출을 견인한 대표 주종으로 부상한 것이다.
9일 관세청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수출량은 29만7345톤으로 10년 전인 2008년 대비 74.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는 수출 주류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을뿐 아니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가장 컸다. 지난해 맥주 수출은 21만1688톤으로 전체 수출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맥주가 수출 대표 주종으로 부상한 것은 채 10년이 되지 않는다. 2008년만 해도 맥주는 소주보다 수출 물량이 낮은 주류였다. 맥주 수출량은 2009년 처음 소주를 제친 이래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에는 소주 수출량의 3배 가까운 양을 해외에 팔아치웠다.
맥주의 수출 견인에는 주류업계의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주류업계는 수출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고 수출용 한정판 등을 선보이며 현지 입맛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피츠 육성재 패키지’ 한정판을 중화권에만 선보였고 오비맥주의 홍콩 수출 전용 브랜드 ‘블루걸’은 현지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 자리를 11년째 지키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수출 전용 맥주인 ‘하이트 엑스트라 스트롱’을 지난해 뉴질랜드와 두바이에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알코올 도수가 8%로 기존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
맥주 수출량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도 수출 물량이 전년대비 33.8% 신장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만톤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같은 기간 소주(1.57%) 수출 증가율을 크게 압도하는 수준이다.
맥주에 이어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막걸리(탁주)도 높은 수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막걸리 역시 10년 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만2847톤을 수출했다. 막걸리 수출 증가는 유통기한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막걸리는 10일 내외의 짧은 유통기한 때문에 수출에 제약이 많았지만 최근 20일에서 한 달 가량으로 유통기한을 늘린 제품들의 출시가 이어지며 가파른 수출 상승곡선을 그렸다. 더욱이 최근 한국식품연구원 안병학 박사팀이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최대 100일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조사에 기술이전키로 함에 따라 막걸리 수출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공장의 가동률이 늘어난다면 올해 맥주는 내수와 수출 모두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수출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수출국도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중심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주류 수출액은 사상 최대 수준인 2억6600만 달러(3039억 원)였다. 이 중 맥주 수출액은 1억5444만 달러(1765억 원)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