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력유출+자료부족+남북미관계 정체..“고충 이해해 달라”..교류 대비 조언도
2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네 차례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며 다시 활발해지는가했던 북한 관련 연구가 작년 10월9일 ‘BOK경제연구, 북한지역 장기주택수요 및 연관 주택건설투자 추정’ 자료를 끝으로 6개월 넘게 뚝 끊겼다.
그나마 올 2월25일 ‘북미협상 전개에 따른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남북경협 전망’을 주제로 ‘북한금융경제포럼’이 열려, 분기별 1회씩 갖기로 한 내부포럼만 명맥을 유지했다. 이 포럼은 학술적 논문이나 정책현안과 관련한 자료 발표회, 북한 경제 관련 전문가 초빙 강연 등을 개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21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임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북한개발연구원을 한은에 만들었다는데 지금까지 총재 4년 동안 7개밖에 연구논문이 안 나와 있다. 빈약하기 이를 데가 없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남북 정상회담이 다가오는데 북한에 대한 금융 플랫폼이나 이런 연구를 많이 백업해달라”는 주문을 받은바 있다. 당시 이 총재는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지난해 10월22일 한은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의 북한 경제 전반에 대한 조사·연구가 전제돼야만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한은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는 등 한은의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보고서는 준비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현재 진행 중인게 여러 가지 있지만 발표할만한 단계에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인력이탈이 있었던데다 북한 자료가 많지 않다보니 어려움도 있다. 남북간이든 북미간이든 협상이 잘돼야 뭘 해도 할텐데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며 사실상 고충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현재 한은 북한경제연구실의 연구 인력은 총 다섯명(조사역 한명 제외)이다. 이 중 두명은 계약직으로 임용된 외부 박사 출신으로, 이중 한명은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바 있다. 북한 경제부문을 연구하는 단일 연구팀으로는 사실상 국내 최대 규모다.
한은은 경제연구원내에 북한관련 연구부서를 출범시킨 이래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경협 등 북한관련 연구자료를 44건이나 내놓는 등 한때 연구활동이 활발했었다. 이는 고 김대중·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간과 맞물린다.
한편 한은 내부에 남북 경제협력 관련 전담기구를 조직하는 방안은 검토조차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한은 고위관계자는 “특별히 (그런 논의는) 없다. (국회의원의 질문에 총재도) 원론적으로 답한 것 같다”며 “남북 경협은 경제제재 해제 등 정치적인 이슈가 풀려야하는 전제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이 총재 인사청문회 당시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일로 가는 첫 걸음이 남북 경제 분야의 교류협력”이라며 “남북 경제협력으로부터 파생되는 화폐와 금융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향후 한은에 남북 경제협력 전담기구를 조직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당시 이 총재도 “거기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남북관계가 정상화된 후 가능하게 될 텐데 그런 상황이 도래하게 되면 저희들이 거기에 늦지 않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었다.
반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관계가 정체돼 있지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1주년을 맞고, 4차 남북정상회담과 3차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과거보다 진일보한 관계다. 한은도 활발한 북한 관련 연구와 함께 전담기구 논의를 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계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은 저성장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어려움은 있겠다. 하지만 한은도 남북미간 관계개선 이전에라도 활발한 연구와 전담기구를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남북경제 교류에 대비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