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공급 압박 우려로 6개월 만의 최고치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날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대만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등 8개국에 대해서 5월 2일까지 적용하는 대이란 제재 유예 조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초 만료되는 제재 유예 조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은 이란 원유 수출을 ‘제로(0)’로 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세계 3대 에너지 생산국, 우리의 동맹국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원유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소식통은 이번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석유 제재 강화가 근본적으로 중국과 터키와의 무역 또는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부연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사우디와 기타 석유수출국(OPEC) 회원국들이 우리의 이란 원유 전면 제재에 대응해 더 많이 공급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트럼프의 희망에 찬 전망과 달리 국제 원유시장은 공급 압박 우려로 크게 요동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7% 급등한 배럴당 65.70달러로 마감해 거의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2.9% 뛴 배럴당 74.04달러로,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에너지 전문 투자은행 튜더피커링홀트의 마이클 브래들리 주식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트럼프 정부가 제재 예외 국가들에 대해 조치를 갱신하지 않은 것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미국이 강경하게 나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어떤 국가도 면제 연장을 적용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은 이날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전면 봉쇄에 거듭 반대한다며 미국은 자신의 관할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미국 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 활동에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블룸버그 문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인도 국영 인도석유공사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대체 공급처를 물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알리레자 탕사리 사령관은 이날 자국 파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봉쇄할 수밖에 없다”며 “적이 위협하면 우리는 영해를 지키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각국으로 운송된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종종 이곳을 봉쇄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