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보다 나쁠순 없다” 한국 정치 구태 다 보여준 국회

입력 2019-04-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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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뒤흔들 ‘패스트트랙’ 놓고 여야 하루종일 대치

▲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25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선거제 개혁안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대립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법과 원칙은 뒷전인채 꼼수가 판을 쳤다.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정치는 실종됐다. 힘으로 밀어붙이고 회의장 점거로 맞서는 모습은 20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상정하려 하자 자유한국당은 ‘회의장 봉쇄’로 맞섰다. 하루 종일 이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패스트트랙의 변수가 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 문제를 놓고 사실상 ‘분당’ 방아쇠를 당긴 바른미래당은 결국 오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전 사보임 신청서를 인편이 아닌 팩스로 국회에 제출했으며, 문 의장은 병실에서 환자복 차림으로 허가 결정을 내렸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문 의장의 사보임계 허가를 저지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으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문 의장이 결국 사보임을 허가했단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은 극렬히 반발했다. 오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장은 날치기 결재로 의회주의를 말살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는 즉시 헌법재판소에 (사보임계 허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했다”며 “불법적으로 강제 사보임한 데 대해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오 의원의 사보임 반대 서명에도 동참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 수석대변인직을 자진 사퇴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선거제 개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패스트트랙이 추진됐으나 그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에 참담했다"며 "당이 살자고 나선 길이 오히려 당을 분열시키고 무너지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성사를 위해 개인 사정으로 국회 대기가 어려운 박완주 의원을 정개특위에서 빼고 권미혁 의원을 투입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20대 국회의 사명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도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개혁과 반개혁 세력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회의가 열릴 수 있는 회의장 3곳을 점거했다. 한국당 의원 50여 명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 회의장을 막았고,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 위해 의안과 사무실에서도 대기했다.

한국당은 오 의원에서 교체된 채 의원의 의원실도 점거했다. 급기야 채 의원은 의원실 반대편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한국당 의원 11명이 문을 열지 못하도록 방 안에 있는 소파로 문을 막고 있다. 문을 잠가서 밖에서도 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갈 수 있도록 경찰과 소방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감금상태’였던 채 의원은 국회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6시간 후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나섰다. 한국 정치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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