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한국은행은 25일 이 같은 ‘2019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를 발표했다. 작년 1분기 대비 성장률도 1.8%에 그쳤다. 이 또한 2009년 3분기(0.9%) 이후 최저치다.
수출과 투자가 크게 부진했던 것이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이다. 수출은 전 분기보다 2.6% 감소했다. 그동안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가 급격한 시황악화로 작년 말부터 계속 줄고 있는 게 결정타였다. 특히 내수의 핵심인 설비투자가 -10.8%, 건설투자는 -0.1%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감소폭은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 1분기의 -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크다. 소비도 나빴다. 민간소비는 겨우 0.1% 늘어났고, 정부소비가 0.3% 증가했다.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지탱하고 있지만 버티는 데 한계를 보이는 모습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시장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시장은 0.3% 안팎의 성장률을 점쳤으나 이를 훨씬 밑돈 것이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3월 ‘경제동향(그린북)’ 발표에서, “산업활동 및 경제심리 관련 지표들이 개선되면서 긍정적 모멘텀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경제상황 판단이었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전망도 어둡다. 반도체 시장이 언제 호전될지 예측하기 어렵고, 세계 경제 둔화 추세도 뚜렷하다. 수출 악화는 투자의 계속된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반기 경기 하방압력이 크고 보면, 정부가 목표하는 2.6∼2.7%, 한은이 전망한 2.5% 성장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한마디로 불황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한국 경제의 심각하고 비상한 위기다. 정부는 성장률 쇼크가 현실화되자 25일 ‘긴급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분기 이후 재정 집행효과가 본격화되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성장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안이하기 짝이 없는 경제인식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리스크를 감안할 때 하반기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의 재정지출 속도를 높이는 게 급하다. 올해 예산만 470조 원의 ‘슈퍼’ 규모다. 이 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경제활력을 키우는 최선의 방책은 투자 확대다.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전면적인 혁파밖에 길이 없다. 수없이 강조돼 왔지만 규제개혁 성과는 여전히 체감하기 어렵다. 확장적 통화정책도 요구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당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모든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기(失期)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