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반도체 특수를 누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해 2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늘린 반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대부분 자산이 다소 줄었거나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자산총계는 60조9806억 원으로 같은 해 9월 말 대비 5조 원 가량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해 볼때는 1년 만에 전체 자산이 무려 17조 원 가량 늘었다.
또 다른 SK그룹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 역시 자산 규모가 28조8480억 원으로 3개월 만에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 지난해 말 자산규모는 69조 원 대로 같은 해 9월 대비 큰 변동이 없었으며, 기아자동차 역시 37조 원 대로 그대로였다.
SK그룹이 현대자동차 그룹을 누르고 재계 순위 2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60개 대기업집단 중 보유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재계 순위 1위는 삼성으로(418조2170억 원) 처음 400조 원을 넘어섰다. 이어 현대차와 SK가 각각 220조5980억 원과 213조2050억 원으로, 나란히 200조 원대를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당시 두 그룹의 격차는 7조 원대에 불과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린 현대차의 자산은 줄어든 반면 SK는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 신기록 등에 힘입어 자산 규모가 훌쩍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연말까지 3개월 간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 2곳의 자산 증가 규모만 더해도 7조 원에 달한다.실제 공정위의 SK그룹의 지난해 공정자산 집계 규모가 이보다 커진다면 현대차그룹은 2위 자리를 14년 만에 SK그룹에 내놓게 된다.
현대차그룹 자산총액 규모는 2000년 계열 분리 당시만 해도 34조 원 대에 불과했다. 계열 분리 전 90조 원에 육박하던 현대그룹의 자산 총액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내수는 물론 미국·중국 등 주요국 해외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고, 대규모 투자도 감행하는 등 몸집을 키워 2005년에 처음으로 삼성그룹에 이어 재계 2위로 오르며 재계를 놀라게 했다. 한동안 현대차그룹의 성과는 빛을 발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악재로 고전했다. 한 때는 각각 연간 판매량 100만대, 월 판매 5위를 기록하던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공정위는 매년 5월1일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조원태 회장 등 그룹 총수 지정 작업이 다소 지연돼 발표 시기가 1~2주 가량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