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대형마트, 이번엔 '한우' 미끼상품 투척...소비자들은 '즐거운 비명'

입력 2019-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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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제공)

대형마트들이 이번엔 한우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업체별로 노마진 수준으로 정상가 대비 최대 40~50%씩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상당한 집객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한우에 대한 50%의 할인폭은 유통업계 사상 초유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우를 싸게 내놓는 이유는 미끼 상품으로서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대형마트들이 한달에 한번 월급날 사 먹는다는 고가 상품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하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여기에 ‘통큰치킨’ 논란 당시 강하게 반발했던 프랜차이즈업계와는 달리 중간 유통상과 정육업계의 경우 입장을 대변해줄만한 단체가 적다. 대형마트들이 연중 계속해서 한우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한우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도 점쳐진다.

이마트는 오는 15일까지 일주일간 ‘93한우’ 행사를 진행해 한우 등심, 국거리, 불고기 등 행사상품을 최대 40%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9일 밝혔다. 이마트는 보름간의 사전 비축을 통해 한우 200마리, 40톤 규모의 물량을 마련했다. 이벤트 기간 고객들은 한우 등심 1등급/1+등급 100g(정상가 8500원/9800원)을 신세계포인트 적립시 5950원/6860원에, 추가로 KB국민카드 결제 시 5100원/5880원에 살 수 있다.

한우를 저가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마트 측은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해 한우를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부터 국내 최대 한우 경매장인 농협 음성 축산물 공판장에서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매매참가인 자격을 부여받았다.

이마트의 이번 한우 행사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3월부터 순차적으로 한우 할인 행사를 펼친데 대한 대응전략의 일환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초 ‘고기대방출 2탄’ 행사를 통해 ‘농협한우 1등급 등심(100g)’을 5690원에 내놨다. 정가 대비 최대 50% 할인된 가격이다. 한 달 뒤 롯데마트 역시 1등급 한우 등심(100g)을 4968원에 파격 할인하는 ‘극한한우’ 이벤트를 진행했다. 롯데 역시 직접 한우 경매에 참여해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우 공판장에서 매매참가인 자격을 획득하면 우선 경매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중개 수수료는 마리당 20만 원 내외다. 무엇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게 된 효과가 크다. 통상 6~7단계에 이르는 유통 경로를 ‘공판장→대형마트 미트센터→ 점포’ 등 3단계로 줄이며 중간 비용이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이 한우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반드시 경매 참가때문만은 아니다. 경매에 참여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대형마트의 경우 경매를 통해 사들이는 한우 물량은 전체 매입량의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매매참가인이 각각의 공판장마다 자격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전체 물량을 모두 커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매참가인 자격을 획득하고 있지 않은 홈플러스가 3월 행사 때 선보인 농협 한우 가격은 이마트의 ‘93한우’ 행사 때와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들이 노마진에 가까운 수준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초저가에 판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업체들이 판매하기 쉽지 않아 경쟁력이 있고, 기본 가격도 비싸 집객효과가 가장 큰 상품이 한우”라면서 “노골적으로 미끼상품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매 자격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이 밀어붙이기에도 장애물도 낮다. 최근 롯데마트는 집객효과를 위해 2010년에 선보였던 ‘통큰치킨’을 9년 만에 꺼내들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로부터 ‘골목상권 죽이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정육업계는 이익을 대변할 단체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춰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도 한결 여유롭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현재의 할인된 한우 가격을 요구할 것”이라며 “원래 가격으로 돌아가면 소비자들의 한우 구매 욕구가 식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심이 깊어지는 곳은 유통 공룡을 경쟁자로 맞게된 정육점 자영업자들이다. 영등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인근 대형마트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하루 종일 개미 새끼 한마리 없다”면서 “수입산 판매 비중을 늘려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은 상시적으로 한우 할인행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가 생존기로에 선 만큼 다른 업종 입장까지 살필 여력이 없다”면서 “집객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품목이 한우인 만큼 마진이 적더라도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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