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레드로버가 1년 여를 끌어온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해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일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앞서 결정했던 동일 규모의 CB 발행에 최근 실패한 데다 현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상당히 낮다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레드로버는 지난 10일 13회차 CB의 납입일을 10일에서 오는 29일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연기 이유로 “납입자들의 납입일 연장요청에 따른 연기”라고 설명했다.
레드로버가 연기한 13회차 CB 발행은 최초 지난해 6월 12일 결정됐다. 당시 수닝유니버셜미디어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어 회사를 인수한 에이치에스디앤씨가 CB를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발행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해당 CB는 10월 납입일이 올해 2월 25일로 연기됐고, 2월에는 5월 10일로 재차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CB 발행 대상자는 디케이제이 인베스트먼트와 에이치에스제이 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됐다.
13회차 CB의 발행이 성공하면 레드로버가 추진하는 신규사업과 애니메이션 제작 등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비슷한 시기 발행을 결정한 CB가 무산된 데다 현 주가와의 괴리율이 커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레드로버는 13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던 당시 동일 규모로 12회차 CB 발행도 추진했다. 13회차와 마찬가지로 수차례의 납입 연기 속에 발행 대상자는 현 최대주주인 에이치에스디앤씨에서 디케이제이와 에이치에스제이로 변경됐다. 12회차 CB는 납입일이 계속 연기되다 지난달 29일 두 발행대상자가 미납함에 따라 최종 발행 취소됐다.
12회차 CB의 전환가액은 2133원으로 납입일 종가 1340원보다 793원이 더 비쌌다. 사채 발행 무산 이후 주가는 코스닥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 흐름 속에 추가 하락해 1100원대에 머물러 있다. 13회차 전환가액 2133원과 비교해 주가 괴리율은 12회차보다 더욱 벌어진 상태다.
한편 이번 CB마저 발행이 무산되면 레드로버의 경영상 자금 조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레드로버는 과거 애니메이션 ‘넛잡’의 글로벌 흥행으로 시장에서 주목받았지만 후속작인 ‘넛잡2’의 흥행 실패와 함께 후속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며 실적이 하향세다. 2015~2017년 300억~400억 원대 매출은 지난해 123억 원으로 줄었고 2017년 40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은 작년 240억 원으로 불어났다. 회사는 올해 1월 11회차 CB로 조달한 151억 원 중 60억여 원은 차입금을 상환하고 55억 원은 킹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회사 측은 “투자자와 이른 시일 내 납입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의 추진과 별도로 투자 가능한 다른 투자자 물색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