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쌓이는데, 무역분쟁까지 발목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수급 불균형에 이어 미·중 무역분쟁, 원·달러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수출의 2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감소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로도 통관기준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대중(對中) 수출은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사상 최대 초호황을 이어온 글로벌 반도체는 지난해 말부터 전체 수요감소에 따라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7.31달러에서 지난달 기준 4달러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였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2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 중에는 중국이 완제품을 가공해 파는 데 쓰는 반도체와 같은 중간재의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격화 또는 장기화→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 → 중국 내수 시장 타격 →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의 순으로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타격이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제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미국에 가는 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부진은 잠재수요를 위축시킨다는 측면에서 불안요인임에 분명하다.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원·달러 환율도 반도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수출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달러 강세가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장비와 재료 수입 등에서는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재료 수입에 들어가는 돈보다는 수출로 버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달러 강세로 타격을 받는 부분보다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며 “최근 환율 상승의 경우, 반도체 등 수출 업종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업계는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반도체 재고가 2분기까지 늘어나고, 하반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중 무역분쟁도 점차 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12일(현지시간) 투자자 노트에서 “미국과 중국이 올해 말 무역 합의를 타결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기본적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비하는 한편,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 대외경기 변수 등을 줄이기 위해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비메모리는 메모리의 약 1.7배 시장으로 주문 양산 방식으로 수급 불일치에 따른 급격한 시황 변화가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