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잔한 실험실] 삼겹살집서 미세먼지 측정해보니…'매우 나쁨' 경보 10배까지

입력 2019-05-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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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마스크, 출근길 대신 삼겹살집서 써야 할까?…실내 공기질 '심각'

감자튀김은 어느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 게 가성비가 가장 좋을까? 어떤 에너지 드링크를 먹어야 같은 값에 더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한 번쯤 궁금해했지만, 너무 쪼잔해 보여서 실제로 실험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다지 해보고 싶지 않은 비교들. [쪼잔한 실험실]은 바로 이런 의문을 직접 확인해 보는 코너다. cogito@etoday.co.kr로 많은 궁금증 제보 환영.

▲고기집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가봤다. 결과는 후술한다. (김정웅 기자 cogito@)

어느 날인가에 부장이 종로 쪽에 맛있는 고깃집에 갔더란다. 고기는 굉장히 맛있었는데 공기가 너무 숨이 막혀서 도대체가 고기를 먹는건지, 먼지를 먹는 것인지 몰랐다고 한다.

기자 “환기가 잘 안 되는 집이었나 보네요. 종로 쪽 맛집이란 게 다 그렇죠 뭐.”

부장 “아니, 글쎄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더라니까. 안 되겠다. 네가 직접 가서 측정하고 오렴.”

기자 “저는 고기 먹을 때 먼지 같은 거 크게 상관 안 하는데요?”

부장 “막내랑 같이 먹고 와.”

기자 “아니….” (이하 대화 생략)

그래서 진짜로 미세먼지 측정기기를 사줬다.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로 가장 널리 쓰이는 ‘칼더 공기질 측정기’. 폼알데하이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도 측정 가능하며, 미세먼지를 입자 크기별로 측정할 수 있는 기기라고 한다.

▲테스트에 사용한 공기질 측정기. 위에서부터 PM10, PM2.5, PM1의 미세먼지가 종류별로 측정된다. 원래 이 정도가 정상적인 공기질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현재 미세먼지의 분류는 PM10, PM2.5, PM1 3가지로 나뉜다. PM(Particulate Matter)은 입자성 물질이라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무엇인가’가 있으면 그게 모두 미세먼지다.

뒤에 붙은 숫자는 입자의 크기를 뜻한다. PM1010㎍/㎥(제곱미터당 마이크로그램) 크기의 입자를, PM2.52.5㎍/㎥, PM11㎍/㎥의 입자가 퍼져있음을 의미한다. 기자가 사용한 측정기기는 세 종류의 미세먼지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후 서술되는 내용은 그다지 ‘쪼잔한’ 내용이 아니다. 외식으로 고기 드시길 좋아하시는 분에겐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Case 1. 누가 봐도 환기가 잘 안 되는 'A 음식점'

먼저 부장이 다녀왔다고 하는 곳과 비슷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한눈에 봐도 공조설비가 제대로 안 갖춰져 있는 듯한 'A 음식점'을 첫 테스트 장소로 택했다. 냉동삼겹살을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노량진의 한 고깃집이다. 이곳은 연기 배출을 위한 '후드' 없이 버너에 올린 불판에 고기를 굽는 방식이었다.

측정은 PM10, PM2.5, PM1 3종류의 미세먼지를 모두 측정했다. 측정기는 사진에서 보이듯 불판과 앉아있는 사람과의 중간 지점 쯤에 두고 측정을 했다. 고기가 한창 구워질 때를 기준으로 약 7~9회가량 연속적으로 측정해 기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평균값최대값을 구했다. 실험은 모두 테스트 테이블 외 3테이블 이상의 손님이 고기를 굽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했다.

▲A 음식점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 (김정웅 기자 cogito@)

거두절미하고 얘기하면 A 음식점의 미세먼지 평균값은 PM10이 242.0㎍/㎥, PM2.5는 319.2㎍/㎥, PM1은 357㎍/㎥이란 값이 나왔다. 잘 느껴지지 않으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수치만으로 보면 이는 정말 엄청난 수준의 미세먼지다!

가장 흔한 미세먼지의 척도로 삼는 PM2.5는 지난해부터 75㎍/㎥가 넘으면 ‘매우 나쁨’ 경보가 발령되게 돼 있다. 근데 기자가 A 음식점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값은 ‘매우 나쁘구나’ 수준을 아득히 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환경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에 설정한 ‘2단계 잠정 목표’라는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쉽게 말해 ‘유해성을 이 밑으로 내려라’라는 기준인데 이 기준에 따르면 대기 중 미세먼지는 일 평균 PM10이 100㎍/㎥, PM2.5는 50㎍/㎥ 밑으로 내리는 데 환경당국의 목표가 있다. 더욱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인 PM1의 경우, 아직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개정된 국내 미세먼지 경보발령 기준. (출처=환경부)

A 음식점의 PM10은 국내 기준치의 2.42배, PM2.5무려 6.38배의 미세먼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아직 기준이 없는 PM1의 경우엔 아직 기준은 없지만, 아마 위 두 종류의 미세먼지와 유사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실험에 참여한 두 기자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테스트였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었다. 장소를 옮겨보기로 했다.

◇Case 2. 평범한 프랜차이즈 'B 음식점'

역시 노량진에 위치한 중견 프랜차이즈인 'B 음식점'을 방문했다. 지나치게 허름했던 A 음식점과 달리 B 음식점에는 요즘 왠만한 고깃집에 있는 것처럼 테이블마다 배기를 위한 후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B 음식점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 (김정웅 기자 cogito@)

빠르게 측정 결과를 설명해보자. B 음식점의 PM10은 213.3㎍/㎥, PM2.5는 281.1㎍/㎥, PM1은 314.6㎍/㎥가 나왔다. PM10은 기준치의 2.13배, PM2.5는 6.29배에 각각 해당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자들이 일부러 측정 결과를 부풀리기 위해 후드를 저~ 위로 올리고 측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먼지 한 톨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후드를 불판에 바짝 붙여서 측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하게 고기 먹을때 두는 적당한 위치에 후드를 두고 찍었을 뿐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A 음식점과의 차이는 후드의 유무도 있지만, 열원도 달랐다. 앞서 언급했듯 A 음식점은 버너에 불판을 올려두는 집이고 B 음식점은 숯불로 불판을 달구는 집이었다. 정확한 원인까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앞서 허름했던 A 음식점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가 나온 것은 가스버너와 숯의 차이일 수도 있어 보였다. 내친김에 한 군데 더 가보기로 했다.

◇Case 3. 아예 문 열고 영업했던 'C 음식점'

실험을 진행한 5월 15일은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게 딱 좋은 쾌적한 날씨였다. 그래서 노량진의 고깃집 중엔 벽면 유리창을 완전히 열고 영업을 하는 집이 꽤 많았다. 내친김에 아예 두쪽 벽면을 열어둔 'C 음식점'에서도 실험을 진행해 봤다. 여긴 벽이 열려있을 뿐 아니라 후드도 달려있었다.

▲C 음식점의 미세먼지 측정 결과. (김정웅 기자 cogito@)

역시 결론만 말하자면, PM 10은 263.3㎍/㎥, PM2.5는 347.1㎍/㎥, PM1은 388.3㎍/㎥가 나왔다. 오히려 먼저 테스트했던 음식점 A, B보다 공기질이 심각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말았다.

C 음식점은 정말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다. 최고 수치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높게 나온 것이다. 이 고깃집의 최대 미세먼지 수치는 PM10이 487㎍/㎥, PM2.5는 642㎍/㎥, PM1은 719㎍/㎥로 각각 측정됐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심각한 수준의 먼지인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한다.

왜였을까?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이 가게는 B 음식점보다 구멍이 훨씬 더 많이 뚫려있는 불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역시 정확한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한 것은 열원이 보다 많이 노출되는 불판을 사용한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3번에 걸친 테스트의 내용을 정리해 본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우선 측정기는 간단한 휴대용 장비에 불과하며, 전문적인 계측기가 아니다. 실험에 활용된 고깃집도 단 세 곳. 측정된 미세먼지가 기자들의 호흡기로 얼마만큼이 들어갔는가에 관해서도 실은 현재 가진 장비로선 알 길이 없다. 그만큼 실험 자체에 한계는 분명했다.

그럼에도 반드시 필요했던 실험이라고 본다. 기자들이 찾은 곳을 기준으로 볼 때, 고깃집에서는 미세먼지 경보 수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량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것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 실험의 진정한 결론은 ‘아직까지 고기를 굽는 일반적인 대중 음식점의 공조 설비가 시민 건강을 지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후드 달고 벽면을 열어뒀으면 됐지, 뭘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소의 차이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이들 3곳의 고깃집의 실내 공기는 미세먼지 기준치를 넘어도 한참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매우 나쁨'(PM2.5: 75㎍/㎥) 경보에 아침부터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지금의 출근 풍경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러나 테스트 결과, 마스크는 출근길이 아니라, 저녁에 소주 한 잔을 나누는 고깃집에서 써야 하는 게 맞아 보일 정도다.

‘고깃집 실내에서 '매우 나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가 떠다니고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수준의 공조 및 환기 설비를 갖춰야 한다’라는 것이 바로 이 기사의 취지다. 또한 정부도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실내 공기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 마지막으로 오해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과거 어떤 정권에서 ‘국내 생선구이가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일과 이 기사는 전혀 무관하다. ‘어떤 음식점에 가면 그 안에 미세먼지가 많다’는 주장과 ‘그 먼지들이 국내에 다 퍼지는 바람에 우리나라 대기질이 이렇게 됐다’라는 주장은 주장의 결도 다르고 설득력도 너무 차이가 난다.

[쪼잔한 실험실]의 독자들은 모두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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