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열린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다. 그러면서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또 “주가, 환율 등 금융시장의 지나친 쏠림현상에 적절한 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에 따른 우리 경제의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불과 1주일 전인 13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실물부문에의 영향이 제한적이고, 원화 변동성도 과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200원 돌파가 코앞이고,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대거 투자자금을 빼내고 있다.
미국은 이미 10일부터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율을 종전 10%에서 25%로 올렸고, 추가로 325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인상을 예고했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채 매각, 위안화 절하 등의 수단도 동원할 움직임이다. 양국은 추가협상을 계속한다지만 타결 전망은 어둡다. 무역 불균형의 해소를 넘어 글로벌 기술패권을 둘러싼 충돌인 만큼,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 수출의 1, 2위 상대국이다. 작년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6.8%, 미국은 12.1%였다. ‘관세폭탄’과 보복에 따른 미·중 간 교역축소는 우리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우리 대중(對中) 수출에서 전자·화학 등의 중간재 비중이 80%에 달한다. 중국이 한국 중간재를 들여다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이 많아, 우리 수출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글로벌 경기위축도 악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되면, 첫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0.31%포인트(p), 중국 1.22%p, 전 세계 0.11%p 하락해 수요감퇴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수출 방어를 위해 무역금융 확대, 수출 마케팅 및 해외 수주 지원 등 단기대책을 마련하고, 신남방정책을 중심으로 한 교역상대국 다변화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새로울 게 없고 보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했고, 이달에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당장 급한 것은 환율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을 차단하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60원 넘게 올랐다.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돼 외국인들은 연일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함께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외국인 자금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시장안정을 말하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 미세조정을 포함한 최소한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