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신산업 진입장벽 中보다 높다…"포지티브 규제·공무원 소극 행정 문제"

입력 2019-05-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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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미국·일본·EU 등 경쟁국보다 불리한 신산업분야의 대표규제 사례’ 보고서 발표

▲진입규제 강도 국제비교 (점수가 높을수록 시장진입 용이)(자료제공=대한상의)

#스타트업 A사는 스마트폰앱으로 심방세동을 측정해 의사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진단기기를 개발했다. 유럽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1위로 뽑힐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지만 국내 출시는 못한 채 유럽시장을 공략 중이다. 생체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원격의료에 해당돼 국내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국내 신산업 진입의 장벽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계는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기득권과 포지티브 규제, 소극 행정을 해결하지 않고는 규제 개혁이 아닌 혁신을 규제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미국·일본·EU 등 경쟁국보다 불리한 신산업분야의 대표규제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의료, 바이오, ICT, 금융 등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 국내 진입규제가 경쟁국들보다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국제연구기관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에 따르면 한국의 진입규제 환경은 조사대상 54개국 중 38위에 그친다. 이는 미국과 일본, 중국은 물론 이집트보다도 낮은 순위다.

대한상의는 신산업 기회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가장 먼저 ‘기득권 저항’을 지적했다. 상의 관계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와도 기존 사업자가 반대하면 신산업은 허용되지 않고, 신규사업자는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실정”이라며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득권 저항에 의해 진입 자체를 막거나, 엄격한 요건을 설정해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득권의 반대가 가장 심한 분야는 의료분야다. 미국·유럽·중국 등에서는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되고 있다. 중국도 텐센트·바이두 등 ICT기업들이 원격의료를 접목한 다양한 헬스케어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계의 반대에 막혀 시범사업 시행만 십수년째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규제개혁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해관계자 등 기득권의 반발이 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개혁여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정한 뒤에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관계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시대착오적 포지티브 규제도 여전한 문제로 꼽았다. 경쟁국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혁신활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해진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포지티브 규제로 혁신활동이 봉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검사 항목 규제가 대표적이다. 국내는 현행법상 체지방, 탈모 등과 관련한 12개 항목만 허용하다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해 13개 항목을 추가로 허용했다. 반면 영국, 중국은 DTC 검사 항목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미국도 검사 항목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김정욱 KDI 규제센터장은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검사항목 확대를 위한 규제특례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선 상당히 부족하다”며 “건별 심사를 통해 샌드박스에서 승인 받은 사업만 가능하도록 한 현재의 ‘포지티브’ 방식으론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혁신과 숙박공유도 포지티브 장벽에 갇혀 있다.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펀드상품을 개발했으나 법으로 정해진 펀드만 판매할 수 있는 규제 때문에 상품출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도심형 숙박공유업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등 법으로 일일이 나열해 허용하고 있어 외국인만 이용가능하고 내국인은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대한상의는 “정한 것만 허용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방식 하에서는 기업은 일을 벌이기가 힘들고, 혁신기업 출현도 요원할 것”이라며 “중국 등 경쟁국이 규제 않는 분야에선 필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를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공무원들의 소극행정도 규제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상의는 “기업인들이 느끼기에는 해외공무원들은 규제완화를 돈 안드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고 보는 반면, 우리나라 공무원은 규제강화를 돈 안드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보는 인식차가 존재한다”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도 각종 행정편의주의, 규제의존증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소극적 태도 앞에 번번이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영석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 “공무원 사회에서는 규제를 풀면 부처의 권한이 약해지고 다른 공무원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민폐의식이 여전한데 공무원 사회의 보신행정 문화부터 개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탈규제원칙 하에 사회 곳곳에 자리잡은 기득권을 걷어내고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통한 과감한 규제개혁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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