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장비시장 새판...노키아·에릭슨, 화웨이 고객 쟁탈전 불꽃

입력 2019-05-30 10:34수정 2019-05-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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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화웨이 대신 노키아·에릭슨 5G망 파트너로 선정…삼성전자도 새 경쟁자로 부상

▲핀란드 에스푸에 있는 노키아 본사. 에스푸/AP뉴시스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 새판이 짜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테크놀로지 퇴출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서 화웨이와 경쟁하던 노키아와 에릭슨이 화웨이 고객을 빼앗아오고자 혈안이 됐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이동통신 자회사인 소프트뱅크(SoftBank Corp.)는 이날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을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네트워크의 주요 공급처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이전에 4G망 구축 당시 화웨이와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았는데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점을 버리고 5G에서는 북유럽 노키아, 에릭슨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프트뱅크는 노키아를 5G 전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에릭슨은 무선접속망 장비 공급업체로 각각 선정했다.

핵심 고객들인 세계 각국 이통사가 화웨이 대신 이들 양사를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덴마크 최대 통신업체인 TDC는 지난 3월 5G망 장비공급업체로 기존의 화웨이 대신 에릭슨을 선정했다. 앞서 영국 BT그룹은 지난해 말 핵심 이동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슨은 경쟁사 통신장비를 5G로 업그레이드하는 ‘장비 교환’ 계약을 지금까지 18건 체결했다고 밝혔다. 노키아도 최근 독일 보다폰그룹의 일부 화웨이 장비를 자사 제품으로 교환했다고 전했다. 노키아는 5G 업그레이드 장비 교환 계획이 최근 37건에 달해 에릭슨의 두 배에 달했다.

화웨이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안보 위협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의 5G 장비 판매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TDC에 12년 동안 제품을 공급해왔는데 이런 고객을 잃은 것에 실망한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지난달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약 40건의 5G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 소재 리버럼캐피털의 자나단 메논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의 결정은 화웨이에 나쁜 뉴스”라며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초부터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을 압박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동맹국들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가 화웨이 장비를 통신망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각각 세계 2, 3위인 노키아와 에릭슨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양사 모두 최근 화웨이 사태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노키아의 라지브 수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일부 경쟁사가 5G 시대 초기 단계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쟁은 단기적으로 압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뵈르예 에크홀름 에릭슨 CEO는 “이통사들이 철도와 도로만큼 중요한 5G 기술로 돈을 벌 막대한 기회가 생겼다”며 “우리는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물과 기계를 서로 연결하는 데 더욱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은 2년 안에 글로벌 5G 통신장비시장에서 20%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서치 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2G와 3G, 4G, 5G 글로벌 인프라 시장은 각각 연간 300억 달러(약 35조733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이중 전체 시장의 37%에 달하는 서비스를 제외하더라도 모바일 인프라 시장규모는 810억 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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